[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어려운 선거다.”
6·1 지방선거에서 영남에 도전장을 내민 민주당 후보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중앙당이 사실상 부산과 경남 선거를 포기했다는 얘기마저 나오면서, 각개전투에 힘을 쓰는 모양새다.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과 경남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당의 비관적인 전망 속에 활로마저 마땅치 않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광주, 전남, 전북, 제주, 세종 등 5곳을 당선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도와 인천에서 이기고 강원도와 충청권에서 1~2곳을 더 이겨 과반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면 영남은 사실상 포기한 분위기다. 전략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여론조사 또한 민주당에 불리하다. 이날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10~12일, 성인 1000명 대상) 부·울·경(PK)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65%에 달했고, 부정평가는 24%에 그쳤다. 정당 지지도도 국민의힘은 58%로 과반을 넘어선 데 반해 민주당은 18%로 무려 40%포인트 격차를 보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런 상황을 의식한듯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양문석 후보는 중앙당에 공개적으로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양 후보는 지난 11일 6·1지방선거 선대위 출범식에서 “경남, 부산, 울산을 승리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할 때 기분이 참 나쁘다”며 “부·울·경은 방어전이다. 민주당의 비주류 부·울·경이 일으키는 반란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새겼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김경수 전(前) 경남지사가 지난 2021년 7월 26일 오후 창원교도소 앞 광장에서 입감에 앞서 경남도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최종 확정된 징역 2년 중 78일을 제외한 약 1년9개월의 수감 생활을 앞으로 하게 된다. (사진=뉴시스)
김경수 경남지사 ‘유죄’ 확정 후 싸늘한 분위기
경남은 김경수 전 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난 뒤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남지역의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유죄 판결을 받은 뒤 경남에서는 문재인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당에서 경남에 무전략으로 임하면서 버림받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확정 선고받았다.
경남에서는 단일화에 사활을 걸며 반전을 도모 중이다. 양 후보는 지난 2일 여영국 정의당 후보에게 단일화 논의를 제안했다. 양 후보는 “여 후보께 강력히 건의드린다. 경남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동정부 건설을 위해 본격적인 후보단일화 논의를 제안한다”며 “민주당과 정의당이 함께 해서 국민의힘의 낡은 시대정신을 꺾고 제대로 된 시대정신으로 무장하여 경남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헌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육지책조차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당장 여 후보가 부정적이다. 여 후보는 지난 1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성비위?”…오거돈 재소환되자 조마조마한 부산
부산은 민주당의 최근 잇단 성비위로 조마조마한 분위기다.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잘못한 것은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당이 징계조치를 하고 바로 잡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부산은 오거돈 전 시장이 지난 2019년 자신의 보좌진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직에서 물러났지만 당에서 제명 등 대처에 미적거리면서 ‘반성 없는 민주당’이란 비난에도 휩싸였다.
민주당은 당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박완주 의원을 전격 제명했다. 최강욱 의원 역시 동료 의원과 여성 보좌진이 함께 한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성희롱 발언을 해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됐다. 최 의원의 경우 추가적인 성희롱 접수 건이 있다는 제보도 잇따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부산 지역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어려운 선거인데, 오 전 시장 이름이 언론에 다시 등장할 때마다 털썩 주저앉고 싶은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갑작스런 정계 은퇴로 인물난에 시달렸던 부산의 사정은 갈수록 악화다. 부산 출신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낙동강 마지노선의 형세 치고는 너무도 초라해졌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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