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배터리 3사의 올해 첫 중간 성적을 가른 '전지 형태'가 2분기와 올해의 실적에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원통형 배터리 판매업체가 1분기에는 유리했으나, 향후에도 비슷한 수혜를 누린다고 단정하기에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일 리포트에서 "4월 무역통계를 살펴볼 때, 파우치 배터리에는 원료 가격 인상이 반영됐으나, 원통형 가격은 횡보했다"고 짚었다.
황 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최근 원재료 인상분이 원통형에는 올해 1분기에 반영되고, 파우치에는 지난달에서야 반영돼 '착시 효과'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파우치 가격이 지난 3월 대비 약 13% 상승해 원통형 및 각형과 동일해졌다"고 설명했다. 1분기와는 달리 2분기부터 올해에는 배터리 형태가 실적을 결정짓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전지 형태는 3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을 가른 요인으로 꼽혔다. 해당 실적에서 원통형 배터리를 판매하는
삼성SDI(006400)는 영업이익이 1분기 최대인 3223억원을 기록해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영업익이 전분기보다 36.9% 증가했으나, 전년 동기보다 27.3% 줄어든 1조243억원을 달성해 '선방'했다. 원통형 전지를 납품하는 테슬라의 실적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파우치형 배터리로만 승부해온 SK온은 적자를 이어가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영업손실이 전분기보다 370억원 줄어든 2734억원을 기록했다.
자신감을 얻은 삼성SDI는 단기적 및 중장기적으로 원통형 배터리를 증설할 계획이다. 이재영 삼성SDI 소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국내 천안 사업장과 말레이 법인에 원통형 배터리의 신규 라인 증설을 진행 중"이라며 "생산 능력도 지난해 대비 20% 이상 향상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2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며 "증설 라인을 조기 안정화하고 생산성 높여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3~6일 제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9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IEVE)’의 삼성SDI 부스 조감도. (사진=삼성SDI)
이에 반해 SK온은 기존 파우치 배터리가 힘을 내주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실적 부진의 이유가 배터리 모양보다는 신규 양산 공장의 초기 비용과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각형 배터리를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주력 상품을 바꾸려는 목적으로 대량 생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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