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한 달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새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앞서 인수위는 지난달 18일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돼야 한다"며 "신속한 업무 파악을 하고 개선해야 할 점과 새롭게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빈틈없이 챙겨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한 달간 권력싸움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그 중심에 윤 당선인이 있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돌아서 3주 정도를 남겼다"며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국민 여러분께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정말 많으시다. 귀가 두 개가 아니라 천 개, 발이 두 개가 아니라 천 개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인수위 한 달을 "살얼음판"에 비유했다.
국민과 약속했던 광화문 시대를 저버리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강행과 이를 비롯해 인사권, MB 사면을 놓고 벌였던 청와대와의 신구 권력 갈등, 내각 인선에 안철수계가 전면 배제되며 훼손된 공동정부 합의 등에 대해서는 "청와대 집무실 이전, 현 정부와의 협조 관계, 공동정부 운영을 둘러싼 논란 등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지난 14일 인수위 일정을 전면 취소하며 윤 당선인과의 갈등이 노골화된 것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만 할 순 없어서 하루 정도 일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제가 추천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고 했다.
조각은 마무리됐지만 한덕수, 한동훈, 정호영 등 일부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제자리다. 윤석열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는 우리나라 최대 로펌인 김앤장으로부터 받은 고액의 고문료와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 과정 연루, 배우자의 재산형성 등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찰공화국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배가시켰고,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두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학해 '아빠 찬스' 논란을 낳았다. 게다가 아들의 군 면제 의혹과 논문 공동저자 등재 등 추가 의혹이 더해지면서 '조국 시즌2'를 우려하는 국민의힘 내에서 자진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해당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인수위가 새정부의 국정운영 청사진을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은 아프게 다가온다. 윤 당선인은 지난 15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고 했지만, 민생 현안에 대한 뚜렷한 해답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대표공약으로 내건 50조원 규모의 코로나 손실보상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당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시중에 대규모 자금이 풀릴 경우 금리인상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이는 결국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재원 마련 방안조차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고민 사항이긴 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물가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충분하게 보상하는데 그 방법을 어떻게 하는 게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줄일 수 있는 건지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반드시 잡겠다던 부동산 정책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한시 배제'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대안은 아직까지 무소식이다. 규제 완화라는 청사진조차 쏙 들어갔다. 노동개혁과 연금개혁 문제도 뚜렷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안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개혁은 반드시 한다"면서도 "연금개혁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대통합기구를 만들어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하는 것까지가 인수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이번주부터 분과별 주요 과제들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는 "국정과제는 당장 실현가능한 수준부터 중장기 과제로 구분될 것"이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입법이 쉽지 않고 정책 수단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인식 아래, 입법 없이도 가능한 것부터 먼저 추진하는 것이 우리가 속도감 있게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대변인은 새정부의 국정과제 선정 시점에 대해 “오늘 2차 선정안이 보고되고, 4월30일까지는 최종안이 확정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얼개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한 달과는 다르게 앞으로를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한 달 간의 인수위 활동에 대해 "가장 중요한 국정 아젠다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면서 "남은 기간 국민들한테 차기정부는 뭘 하겠다는 것에 대한 미래 전망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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