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립형 사립고(자사고)의 운명이 바뀔 조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명자까지 자사고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이 전면 백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25년 3월부터 모든 자사고를 비롯해 외고·국제고와 같은 특수목적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마쳤다.
문 정부는 자사고와 특목고가 당초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아울러 고교학점제와 같은 혁신 교육을 도입해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교육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문 정부 정책과 반대로 자사고 존치에 힘을 싣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학생들의 선택권을 위해 고등학교가 다양해야 한다"며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또한 대통령 후보 당시 '자사고와 외고 폐지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인철 전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 회장 또한 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자사고와 관련해 "정부에서 축소 내지는 폐지하려는 노력이 있던 것으로 알지만, 기능상 유지하거나 존속하는 차원의 교육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백지화하는 건 어렵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이 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국무회의를 통해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동의는 필요 없다.
다만 자사고가 2025년 도입될 고교학점제와 같이 가기 힘든 교육 제도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고교 서열화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 자사고와 외고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시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이수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고교학점제에서 선택 과목은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적용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사고나 특목고에 다니는 학생은 내신 불리 문제가 사라진다. 즉 자사고와 특목고를 유지하면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면 일반고 학생들의 내신 우위가 사라져 대입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문 정부가 자사고 폐지와 고교학점제 도입 시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는 자사고 폐지와 달리 이미 법제화를 마쳐 뒤집는 것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투입한 예산 또한 31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예정대로 2025년에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보수보다 많이 당선되면 자사고 유지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교육감 진보 진영 단일 유력 후보인 조희연 현 교육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사고 폐지를 엎으려는 상황에서 교육 혁신의 길을 지키는 과제가 남아있다"며 "자사고 유지는 흐름을 역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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