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여당의 '검수완박(검찰수사 완전 박탈) 법안' 4월 내 처리 강행 추진에 반발해 전국 평검사대표회의가 열린다. 김오수 검찰총장 수뇌부를 비롯한 고검장·지검장들이 제시하지 못한 '검수완박'에 대한 대안을 평검사들이 내놓을 지 주목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평검사들은 오는 19일 대검찰청에서 회의를 열고 이번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검수완박'과 관련해 전국단위 평검사 대표들이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논의에서 모아진 입장도 공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 검사는 150여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10여명이, 일선 지검에서는 각각 4~5명씩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도출하는 게 주제이지만, 전국 평검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검수완박'을 저지하기 위한 검찰의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검찰 내부 인트라넷인 '이프로스'에는 전국 평검사대표회의 안건을 제안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정부여당의 '검수완박' 강행 추진에 대한 대응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가 오는 19일 대검찰청에서 열린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밝혀진 빨간 등 뒤로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법연수원 27기인 A검사는 '전국 평검사회의 안건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꼭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외관확보 방안에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일부 국민이라도 검찰을 향해 검사의 수사에 대한 사전 통제가 없는 상태에서 '법원에 의한 사후통제만으로 검사의 잘못된 판단에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는가'를 질문하면 이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의) 공정성이 제도적으로 담보되지 않고 검찰이 집단이기와 확증편향으로 파쇼화 된다면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변도 필요하다"며 "이를 포함해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이나 우려에 대해 검찰이 충분히 답을 해야 하고, 적어도 답을 못하면 못한다고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 인사의 원리, 내부 의사결정의 장점과 단점, 내부의 분열상, 우리의 직업윤리 수준 등을 있는 그대로 설명드려야 한다"면서 "그 답을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검사 수사권 보유가 우리 눈에 너무도 당연한 일처럼 보이더라도, 일부 국민들은 당연한 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배 검사들의 동의도 이어졌다. 지방에서 근무 중인 한 평검사는 A검사의 제안을 지지하면서 "지금 검수완박 법안이 너무나 엉망진창이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검찰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강력한 믿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악법에는 반대해야겠지만 동시에 대안을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만약 내려 놓아야 할 게 있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에서 근무 중인 또 다른 검사도 "검수완박의 입법을 막기 위해 논의를 함과 동시에 향후 다시금 이러한 논쟁에 휩싸이지 않도록 그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앞서 전국 고검장들은 지난 8일 회의를 열고 '검수완박'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했다.
이후 11일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서도 "국민을 위한 가칭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 형사사법제도 제반 쟁점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국회에 요구했지만 검찰 스스로의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 스스로도 겸허한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김 총장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쳤으나 정부여당을 설득할 만한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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