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소기업 판로 개척 명분으로 홈쇼핑 채널 신설 목소리가 나온다. 홈쇼핑간 출혈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채널 확대가 중소기업과 소비자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소기업계가 다양한 정책 건의를 쏟아내는 가운데 T커머스 채널 확대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지난 7일 인수위 국민제안센터에 중소기업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건의했다. 현재 T커머스 10개 사업자 중 9개 사업자가 대기업에 속해 있다며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이 있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T커머스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TV홈쇼핑과 달리 녹화방송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생산제품에 대한 판로확보 문제"라며 "그 해법 중 하나가 중소기업 최적 유통형태인 T커머스 채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규 채널 추가로 인한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안은 기존 중기전용 홈쇼핑 사업자에게 겸영시키면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홈쇼핑은 TV홈쇼핑 7개에 T커머스 10개까지 총 17개 방송 채널이 운영 중이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채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나오면서 홈쇼핑 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홈쇼핑은 황금채널을 배정받기 위해 과도한 송출수수료를 감수하면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채널 편성 대가로 유로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자릿세다.
홈앤쇼핑 전경(사진=뉴시스)
지난 2012년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홈앤쇼핑이, 2015년 박근혜 정부때는 공영홈쇼핑이 시장에 진입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이 생겼고 이는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돌아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홈쇼핑이 유로방송 사업자에게 지불한 송출수수료는 매출 중 2011년 25%, 2014년 30%, 2018년 46.8%, 2020년 53.1%로 증가했다.
심지어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지금도 TV홈쇼핑에 중소기업 제품이 70%가량 편성되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신규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채널이 추가로 생기면 송출수수료 부담은 판매수수료에 전가돼 홈쇼핑에 입점한 중소기업의 이윤감소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이 송출수수료로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채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은 아주 일차원적인 시각"이라며 "정말 중소기업 진흥을 원한다면 업체간 경쟁을 중재해 중소기업의 판매수수료 부담을 줄여 소비자 후생을 돕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기존 TV홈쇼핑도 일정 비율 이상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사실 TV홈쇼핑은 사양산업인데 T커머스 채널을 신설한다고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는지 모르겠고, 차라리 활발하게 성장하는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중소기업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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