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에 이어 영국과도 철강제품 관련 관세 철폐에 협상하면서 한국의 ‘철강 232조’ 조치 개선 여부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한국 정부로서는 "대미 철강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업계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윤창현 산업부 통상법무정책관 주재로 철강업계와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어 미·영 철강 수입관세 합의와 관련한 우리 기업의 수출 영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철강협회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주요 대미 수출 철강사들이 참석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전날(현지시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적용돼온 철강 수입관세 관련 합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18년 3월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명목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에 재협상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이번 미국과 영국의 철강 관세 조정 합의로 미국은 영국산 철강에 대해 현재 적용하는 25%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기로 했다. 영국산 철강제품 연간 50만톤을 쿼터로 정해 무관세 혜택을 주고 이 쿼터를 초과한 수출 물량에 대해선 관세 25%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합의 내용은 오는 6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와 관련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영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이번 합의가 국내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2015년 75만7000톤에서, 2016년 32 9000톤, 2017년 35만1000톤, 2018년 28만1000톤, 2019년 23만1000톤, 2020년 19만톤, 2021년 27만 2000톤으로 감소세다.
업계는 기존 232조 쿼터의 유연성 제고를 강조하며 산업부가 미 측과 협의 시 이를 적극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는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등 대응할 방침이다.
그간 산업부는 한국이 미국에 고품질 철강을 공급하는 공급망 협력국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맺어진 경제·안보 핵심 동맹국임을 강조하는 등 미 측에 의견을 전달해 왔다.
지난해 11월 한·미 상무장관회담, 올해 1월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등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 계기로 한국산 철강에 대한 232조 조치 개선을 요청해왔다. 미국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아웃리치 활동도 대표적이다.
또 지난주 대·미 FTA 10주년을 계기로 방미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의 면담을 통해 미국 측에 철강 232조 개선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바 있다.
미 측은 한국이 과거 쿼터합의를 타결한 국가이긴 하나 해당 이슈에 대한 한국 내 관심을 잘 알고 있다며 서로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산업부 측은 "미·영간 합의가 우리 기업들의 대미 철강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철강 232조치와 관련된 최근 미국 내 동향을 철강업계와 공유했다"며 "회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영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미·영간 합의가 우리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영국과 철강제품 관련 관세 협상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철강업계와 민관합동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고 우리 수출영향 및 향후 대응반안을 논의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열연제품.(사진=포스코).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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