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경찰의 집회 금지 통보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고 대구지방노동청 건물을 손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공용건물손상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민노총 대구지역본부장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노조의 다른 관계자들은 각각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2명), 벌금 700만원(2명), 벌금 500만원(1명)이 확정됐다.
A씨 등은 2018년 8월부터 10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구지방노동청에서 지속적으로 청장을 비판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면서 스프레이형 접착제를 이용해 청사 입구 유리문과 외벽 기둥, 청장실 벽면에 스티커와 피켓을 부착해 공용건물을 손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청사 보도블록에 스프레이형 페인트로 '적폐 청장 사퇴하라' 등의 문구로 약 40여개의 낙서를 한 혐의도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으로부터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과 대구지역 확진자 발생 상황을 고려할 때 집회를 금지한다는 통고를 받고도 2020년 6월24일과 7월22일 각각 2500여명, 1000여명이 참석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2020년 집회는)코로나19 위기 경보단계가 '심각'이었고 유례없는 감염병의 전파·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단체·기관·개인이 집회, 행사, 모임을 취소·자제하고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집회 중 방역수칙을 준수했고 감염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청사 건물을 손상하게 한 것에 관해서는 집회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라며 단체의 요구사항을 주장하기 위한 수단의 적정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보도블록을 손괴한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낙서가 통행과 안전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4명의 인부가 페인트를 닦아내는 방법으로 하루만에 원상회복됐다는 점에서다.
피고인과 검찰은 모두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