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그동안 가계대출을 조여왔던 은행권이 다시 대출 문턱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대출 건전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단순히 전체 대출 규모를 규제하기보다 부실화를 막기 위한 건전성 관리에 금융당국이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달 6일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인하하기로 했다. 마이너스통장 상품 한도도 전문직군이 최대 1억5000만원, 일반 직장인은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이 외에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도 신용대출 한도를 늘리는 등 은행권 전반에 대출 완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강화 기조에 한동안 움츠러 들었던 대출 수요가 갑작스럽게 다시 폭발할지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수준에 이른 가계대출 상황이 대규모 부실화로 이어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는 전체적인 규모에 대한 부분보다 건전성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출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경제 손실이 크지 않도록 미리 신용회복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가계대출 상황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17년 157%에서 2018년 164%, 2019년 167%, 2020년 171%, 2021년 176%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김 교수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의 전반적인 흐름을 건전성에 초점을 맞추되 취약계층과 같은 특수 상황에 대한 대출을 어느 정도 열어주고 부실화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도 사전에 명확히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출규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는 기본적으로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정부가 그동안 저금리 대출정책이나 미소금융과 같은 정책 금융을 공급해 온 만큼 앞으로도 취약계층에 대해선 정책금융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시대를 막론하고 가계대출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면서 "다만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실화 위험성은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정부 재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대출상담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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