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달 28일 전북 전주시 신중앙시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피 말리는 접전을 이어가면서 '3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몸값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대선 당락을 좌우할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안 후보로서는 독자 완주,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놓고 기로에 서게 됐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 사퇴와 함께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전날 이 후보와 회동, 통합정부·정치개혁안에 합의하고 정책연대를 공식화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지난달부터 꾸준히 통합정부·정치개혁안을 매개로 3지대 후보들에게 구애했던 이 후보로서는 이번 합의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제 관심은 3지대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안 후보의 동참 여부다.
안 후보는 지난달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토론회(정치분야)에서 이 후보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위성정당 금지 등 다당제 확립과 통합정부 구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 동참을 제안하자 "과연 의총을 통과할 것인가, 그게 키(key)라고 본다"며 진정성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제가 당론으로 확정해 의총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실행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25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안 후보에게 화답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다음날 전북 정읍 유세길에서 "선거 열흘 정도 전에 그렇게 급하게 통과시켰다는 것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제가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의구심을 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28일 대구·경북 유세에서 "통합의 정치,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진짜 정치교체를 하자"면서 "(이는)이재명의 주장이고, 안철수의 꿈이고, 심상정의 소망사항"이라고 했다. 또 "이런 적대적 공생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며 "안 후보가 10년간 계속 외친 새정치, 심 후보가 외치는 정치개혁의 꿈, 저와 다르지 않다"며 교집합을 찾는 데 주력했다.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을 통보받은 윤 후보도 최근 이 후보와의 시소게임이 계속되면서 안 후보의 지원이 못내 아쉬운 상황이다. 28일 열린 심야 의원총회에선 단일화 불발에 따른 우려가 쏟아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안 후보와 안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마음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통합의 정신을 갖고 끝까지 다할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애를 썼지만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2일 "기다리지만 쉽지 않다"며 "결국 투표로 단일화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했다. 4자구도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안 후보에게 흩어진 정권교체 표심이 윤 후보 쪽으로 모아질 것이란 기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달 28일 오전 전북 고창군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강 후보들이 앞다퉈 안 후보를 원하지만, 정작 안 후보의 '과학기술 강국 건설' 비전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때 안 후보의 측근이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는 오직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하에 정치혁신과 과학경제 강국의 비전을 관철시킬 수 있는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이어야 움직일 수 있다"며 양당이 헛다리를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안 후보는 완주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다. 그간 영남권을 주로 찾았던 안 후보는 유세 범위를 넓혀 지난달 27일과 28일 호남 거점 8곳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다. 특히 호남 유세 도중 이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또는 윤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유력 경쟁자에게 투표하는 현 대선 풍토를 비판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게 민주주의가 아니라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민주주의"라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과거 제대로 된 호남 민심 반영 없이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고 사과하고 호남 민심에 다시 손을 내밀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가 이번에 완주해야 향후 '안철수 정치'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 후보와도 장기적으로 정치적 연대가 가능하겠지만, 당장 안 후보가 원하는 자신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윤 후보와의 단일화 역시 사실상 끝난 것으로 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논쟁은 결렬 책임이 누구에 있느냐를 놓고 싸우는 '면피용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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