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14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회심의 카드로 단일화를 꺼내들었지만, 국민의힘이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하며 성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상호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향후 지지율 변화가 단일화 성사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14일 국민의힘을 향해 "단일화는 서로 진정성을 가지면 행정적인 절차는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며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받으라고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를 근거로 여론조사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안 후보가 정권교체를 이룰 가장 확실하고 바른 길이 무엇인지 헤아려주실 것을 부탁한다"며 양보를 거듭 독촉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예시로 드는 안 후보에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두 후보 간 지지율 차이를 근거로 들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전날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5~6배씩 나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어떤 다른 룰에 의한 단일화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상황에서 너무 아전인수 격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안 후보를 몰아세웠다. 앞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 2곳이 각각 1600명을 대상으로 '적합도'(800명)와 '경쟁력'(800명)을 절반씩 물어 조사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단일화 승패를 결정했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후보가 14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포스코
결국 관건은 지지율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접전이 이어지면, 초조해진 국민의힘이 안 후보의 여론조사식 단일화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6일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본부장이 "초박빙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안 후보와 단일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지율이 계속해서 접전일 경우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분출할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도 전제돼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만 해도 안 후보는 단일화 직전 KBS·MBC·SBS 지상파 3사 공동 여론조사에서 24.0%로 오세훈 후보(30.2%), 박영선 후보(27.3%)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며 협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단일화를 하려는 두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야 단일화할 경우 본선 승리가 확실해진다"며 "양측의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는 효과에 대한 의문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정체기다. 14일 발표된 TBS·KSOI 조사에서 안 후보는 지난주보다 0.5%포인트 하락한 7.8%에 그쳤다. 전날 발표된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2월 2주차 주간집계 조사에서도 지난번보다 0.2%포인트 상승한 7.7%에 머무르며 여전히 한 자릿수에서 헤매고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연초 20%에 육박하던 고공행진과는 결이 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4일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포스코
반전이 필요한 안 후보지만, 이번 단일화 제의로 또 다시 '철수 정치' 늪에 빠지며 오히려 반등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안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며 '양당 체제 극복'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후에도 "안일화(안철수로의 단일화)만 가능하다"며 자신이 정권교체 주역이 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번 선제적인 단일화 제의는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허무는 결과다. 지지자 입장에서 안 후보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 있는 부분으로, 이는 사표방지 심리와도 연결된다.
안 후보는 "최근 단일화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국민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지만, 이준석 대표는 "'하도 주변에서 단일화 얘기가 많이 나오니 내가 선제적으로 제안해 본다'라는,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본인의 행동 전환을 합리화했다"고 비난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또 다시 본인 정치 인생의 고비를 맞았다. 스타일을 많이 구기고 어려움에 놓였다"며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에서 단일화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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