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이동통신사들의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 진행했지만, 3.5㎓ 대역의 아웃도어 커버리지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설비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설비투자와 반대로 현금성 자산은 대체로 늘어났다.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통사들이 투자에는 인색, 곳간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통신3사의 지난해 실적발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설비투자 금액은 별도기준 7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다. 각 사별로는
SK텔레콤(017670)이 2조1800억원으로 1.35% 감소했고,
KT(030200)는 2조8500억원으로 0.69%,
LG유플러스(032640)는 2조3500억원으로 1.26% 줄어들었다.
2020년도에 이어 지난해까지 설비투자 금액이 줄어들면서 설비투자는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새로운 무선 제너레이션(세대)에서 설비투자가 급격히 늘어났다가 하향하는 트렌드를 보여온 관례도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과거 LTE 때도 초기에는 설비투자 금액이 많았다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은 올해도 설비투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향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5G 기지국 부족 등으로 실내외의 품질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고 있지만 설비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통신업상 으레 발생하는 수순이라는 얘기다.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제품 매장 모바일 코너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비자들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5G 서비스를 기대해왔지만, 5G 품질에 만족도는 낮은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통신품질평가에 따르면 2020년 이통3사 5G 평균 속도(다운로드)는 690.47bps였다. 지난해 말에는 801.48Mbps로 16% 개선됐다. LTE(150.3Mbps)와 비교하면 5배 정도 빠른 데 그치는 정도다. 이통3사가 5G 기지국 투자를 늘려 현 상황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지만, 하향추세에 접어든 설비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당장 기지국이 급격히 늘어나기는 힘든 상황이다. 결국 LTE 대비 20배 빠른 속도는 꿈의 속도에 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이통사들이 당초 내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5G 기지국 설치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건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속도나 서비스를 담보하지 않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어드는 설비투자와 반대로 이통사들은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 4조원 돌파라는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금성 자산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간 5G 투자로 줄었던 현금 곳간이 실적확대, 투자 감소로 다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KT는 별도기준 지난해말 1조7087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2020년 말 대비 10.8% 증가했다. LG유플러스도 6318억원을 보유, 전년 말 대비 12% 늘어났다. SK텔레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378억원으로 전년 8452억원 대비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11월
SK스퀘어(402340)와 인적분할 당시 현금성자산의 60%가량을 떼어준 것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설비투자에 인색한 이통사라는 오명이 따라붙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그동안 5G 투자를 확대해왔고, 이로 인해 감소했던 유동성이 확보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향후 신사업이나 남아있는 5G 투자, 새로운 무선 세대로의 준비 등으로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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