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사모펀드 불법투자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 받았다. 검찰이 2019년 8월 강제 수사에 착수한 지 2년5개월여만에 나온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오전 업무방해·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PC 관리처분권자는 동양대
재판부는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2대에서 추출된 전자정보의 압수·수색 절차에 피압수자 측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동양대 측이 각 PC를 2016년 12월경 이후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는 한편 이를 공용PC로 사용하거나 임의처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등 당시 동양대 측이 포괄적인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하고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전 교수가 자신이 각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정보주체’라는 점을 들어 자신에게 참여권이 보장됐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따라서 각 PC에서 추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을 근거로 검찰이 입시비리 혐의 입증을 위해 동양대 휴게실에서 압수한 PC 등이 위법한 증거라는 취지의 정 전 교수 측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 사건과 달라"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의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한 휴대전화 등을 탐색하거나 복제 및 출력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피의자가 소유한 휴대전화를 피해자가 임의 제출했는데 피의자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포렌식은 위법하다는 판결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정 전 교수가 동양대 PC 압수수색에 관한 실질적인 피압수자에 해당되지 않아 참여권까지 보장될 필요는 없으므로 대법 전합 판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또는 근접 시한 시기까지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면서 그 정보저장매체 내 전자정보 전반에 관한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한 경우를 말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 사건 PC는 2019년 9월10일 당시 동양대 관계자가 동양대에서 공용PC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보관·관리 업무 담당자인 조교와 동양대 물품 관리 총괄 행정지원처장이 동양대 측 입장을 반영해 검찰에 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급심도 PC 증거능력 인정
앞서 1·2심 재판부도 해당 PC 증거능력을 인정해 이를 근거로 정 전 교수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은 자녀 입시비리 관련 7개 혐의(허위 스펙)와 사모펀드 관련 일부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해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단국대 의대 인턴 및 논문 1저자 등재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실 인턴 △부산 아쿠아팰리스호텔 인턴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동양대 봉사활동 표창장 △동양대 영어영재센터 보조연구원 등이다. 이 같은 허위 경력을 자녀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앞서 정 전 교수는 자녀 대학교 및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이 같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수차례 인턴경력을 부풀리거나 위조하고 이를 입시에 사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자녀를 동양대 연구보조원으로 허위 등록해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연구보조원 수당 320만원을 지급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업무방해와 위조사문서(공문서)행사 혐의 등을 적용했다.
2심 재판부도 자녀 입시비리 관련 7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과 마찬가지로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매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WFM 미공개 정보 이용' 일부 유죄
정 전 교수는 입시비리 외에도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로부터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이용해 차명으로 7억13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전 교수는 2018년 1월경 군산공장 가동 예정이라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듣고 동생 명의로 WFM 주식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WFM 주식 1만6772주는 장내(유죄)에서, WFM 실물주권 12만주는 장외(무죄)에서 사들였다.
이 밖에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비서관 임명 이후 주식백지신탁의무 등을 피하기 위해 동생과 지인들 명의로 금융투자를 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자산관리인(PB) 김경록씨에게 하드디스크와 컴퓨터를 은닉하도록 지시한 증거은닉 교사 혐의 등도 받았다.
미공개정보 이용, 1-2심 판단 갈려
1심 재판부는 정 교수가 장외에서 매수한 WFM 12만주 중 10만주를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봤지만 2심 재판부는 해당 10만주 매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5억원이었던 벌금과 1억3800만원 규모 추징금은 2심에서 각각 5000만원, 1061만원으로 줄었다.
이후 정 전 교수는 지난 10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날 실형이 확정되면서 보석 신청도 기각됐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조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 사건을 따로 심리하는 1심 재판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서 나온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20년 1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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