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올해 예산 결정과정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이번엔 '지천르네상스'를 두고 장외에서 맡붙었다.
지천르네상스는 서울 시내 70여개 지천의 활용도를 높여 생활권 수변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올해 예산으로 75억원을 편성했지만,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60억원이 삭감됐다.
오 시장은 10일 자신의 SNS에서 ‘지못미 예산 시리즈2 - 지천르네상스’라는 제목과 ‘오세훈표 사업이라며 예산 80% 깎인 지천르네상스’의 부제를 단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서울시내 곳곳을 흐르는 70여 개의 지천을 매력적인 수변 공간으로 바꾸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이 올해 본격적인 시작을 앞두고 암초에 부딪쳤다”고 말했다.
이어 “시의회에서 기본구상이 완료되지 않았고 시급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대며, 2022년 지천르네상스 사업 관련 예산 75억원 중 약 80%인 60억 원을 삭감해버렸기 때문”이라며 “민주당 시의원들은 사업 추진 의도를 왜곡하고, 사업의 최초 제안자가 누구인지 여러 차례 질의하며 ‘오세훈표 사업’이라는 정치적 딱지를 붙였다”고 지적했다.
또 “시의회에서도 한강과 지천을 ‘오세훈표’ 정책의 현장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함께 가꿔나가야 할 공간으로 보실 수는 없는지요”라며 “시민을 위한 저의 고민과 노력이 정치논리에 묻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성흠제 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은 “대규모 시민혈세가 투입되는 사업들은 기본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설계, 실시설계, 공사착공이라는 사업시행 절차를 거치는 것이 기본”이라며 “첫 단계 기본구상(2월 수립예정)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 사업의 상위계획 사업인 ‘수변중심 도시공간구조 혁신 실행전략’을 편성하는 이해할 수 없는 무리한 사업추진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의회 입장에서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을 원천적으로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시행의 기본 절차를 거쳐 차근차근 시행해 나가자는 취지”라며 “일부만 삭감하고 적정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에 지천르네상스 사업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오 시장의 잇따른 SNS를 규탄하는 논평을 냈다. 시의회 민주당은 “남 탓으로 일관하면서도 공은 가로채는 양면적이고 이기적인 정치 행태를 즉시 중단하라”며 “서울시가 제출한 사업 계획서는 단 한 장이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내년에 당장 시행돼야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대해 밝히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시는 해당 삭감예산을 비롯해 2022년도 수정 예산안에 대해 수용·합의·동의해 놓고, 해가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든 책임을 서울시의회 민주당에게 돌리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오 시장 공약사업에 시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인호 서울시의장이 지난해 7월29일 서울시청에서 조찬 회동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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