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지율 반등을 이끌어내며 차기 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애초 안 후보를 변수 이상으로 생각지 않았던 여야도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는 등 기류가 달라졌다. 하지만 안 후보는 대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며 여야의 구애를 뿌리쳤다. 모처럼 맞은 지지율 상승세를 수포로 돌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에서는 최종적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 후보는 4일 서울 금천구 한국정보기술연구원에서 '미중 신냉전 하의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의를 진행하고 자신의 제1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 속에 샌드위치 형국인 대한민국이 살기 위해서는 초격차 과학기술 5개를 육성해야만 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기업가 출신답게 자신의 전공분야인 '경제 리더십'을 강조하고 최근 급상승한 지지율 다지기에도 나섰다.
그간 안 후보는 5% 안팎의 지지도를 보였지만,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27~29일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10.3%)를 넘겼다. 이후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달 30~31일 전국의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전달보다 4.0%포인트 오른 10.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단순히 지지율 상승뿐만 아니라 야권 단일후보로서의 경쟁력도 입증되고 있다.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1~2일 전국 1012명에게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한다면 누가 더 적합한가'를 조사하자 응답자 41.1%가 안 후보를 꼽았다. 윤 후보를 택한 응답자는 30.6%로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0.5%포인트였다. 현재 원내 3석의 군소정당에 불과한 국민의당 후보가 의석 수가 105석에 이르는 제1야당 후보를 누른 것이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최근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윤 후보의 실점이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반사이익이다. 윤 후보에게 실망한 보수 및 중도 표심이 안 후보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다른 시각이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 후보 지지층이 안 후보에게 이동하고 있는 게 아니라 기존 안 후보 지지자들의 결집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평가"라고 강조했다.
최근 상승세에 고무된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이기는 골든크로스가 이뤄질 수 있다고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최근 지지율 상승은 갑작스럽게 나온 결과가 아니다"며 "야권 단일후보로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분명 향후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양당 체제가 확고한 대한민국 정치현실에서 지금까지 군소정당 후보가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올라선 경우는 없었다. 안 후보가 이를 해내는 것 자체가 일대 파란으로 평가될 수 있다. 파란은 곧 선거에서 가장 무서운 '바람'이 된다.
안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후보 모두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2030세대 표심이 급격히 안 후보에게 쏠릴 수도 있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안 후보의 상승세 배경에 2030세대의 지지가 있다고 지목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새로운 중도층인 20대는 가치소비를 하는 세대로 유튜브 같은 정치 콘텐츠를 다양하고 빠르게 접하면서 안 후보의 도덕성, 정책 능력을 보고 안철수의 정치를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아직 절반이 넘는 유권자의 정권교체 열망도 야권 후발주자인 안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다. 안 후보는 4일 "저만이 이재명 후보를 이길 유일한 후보라고 믿는다"며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대선 경쟁력을 어필했다. 또 단일화 의지가 아예 없느냐에 물음에 "제가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겠다"며 스스로 태풍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안철수(앞줄 오른쪽) 국민의당 후보가 4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에 신년 인사차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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