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박2일 대구·경북(TK) 일정 마지막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아 민심 다독이기에 주력했다. 당 내홍에 이어 부인 김건희씨 허위 이력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역적 기반인 TK를 급히 찾아 보수 표심을 다독이는 차원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31일 0시 석방되는 가운데 TK에서 보수 표심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윤 후보는 당원들 앞에서 문재인정부를 향한 거친 언어로 비난을 이어갔다.
윤 후보는 30일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대구는 늘 저를 밀어주고 믿고, 저의 오늘을 만든 곳이기 때문에 더 믿음이 간다"며 "(대구 방문을)해는 넘기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보수 표밭으로 평가받는 지역인 대구에 대한 애정을 표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30일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윤 후보는 대구를 방문하며 10대 공약을 들고 갔다. 기본 인프라를 건설하고 신산업을 육성해 대구를 재건하겠다는 계획이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의 건설에 속도를 내고, 경부선 고속철도 대구도심구간을 지하화는 내용을 담았다. 신산업의 경우 '대구경북 경제과학연구소' 설립, 뇌 산업 혁신 클러스터 구축, 섬유·염색산업단지의 '탄소 중립 첨단산업단지'로 전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 후보는 10대 공약을 공개하며 "대구는 한국경제 재도약의 심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민주당에는 거친 비방을 이어갔다. 기자간담회 직후 열린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후보와 후보 가족, 야당 의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을 두고 "미친사람들 아닌가"라며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짓거리를 하고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를 향해서는 "(이 후보의)전과 4범까지는 국민은 용서 못 해도, 저는 과거 실수라고 이해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런(대장동 의혹) 중범죄로 얻은 돈을 가지고 대통령 만드는 데 안 쓰겠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라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은 이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개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곳으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가 30일 대구시 수성구 국민의힘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대구 민심을 잡기 위한 일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윤 후보는 일부 친박 세력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는 31일 0시를 기점으로 특별사면 되면서 윤석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윤 후보는 2016년 탄핵 정국에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 청산을 진두지휘하고 중형을 끌어낸 장본인이다.
강성 친박 계열인 우리공화당은 윤 후보가 대구시당에 도착하기 전부터 기자회견을 열며 "박근혜 대통령께 사죄하라", "뻐꾸기보수 아웃, 후보교체가 답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열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집회에 참석해 "후보를 교체 안 하다가 정권교체 못 하면 누가 책임지냐"며 후보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윤 후보는 지역기자 간담회 때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아주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되면 찾아뵙고 싶다. 회복되는 것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쓴다. 박 전 대통령을 아끼는 많은 단체들이 저의 당선을 바라는 지지선언을 했다"며 "우리공화당은 (윤 후보를 지지선언한 친박)단체들한테서 배척당하는 입장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대구=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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