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저축은행 간 M&A(인수합병) 규제 완화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서울 소재 저축은행의 참여를 배재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규제 완화가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금융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영업구역이 2개까지 확대되는 저축은행 간 M&A 규제 완화가 해를 넘길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월 '2021 금융산업국 업무계획'에서 상반기 내 저축은행 간 M&A를 연내 허용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와 관련한 후속 정책은 하반기에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내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에서도 관련 내용은 없다. 금융위 측에서도 연내 규제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이 진척이 없는 건 실효성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당국이 내놓은 M&A 규제 완화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가장 큰 제한 요소는 서울에서 영업하는 저축은행을 배제한 점이다. 자금력을 가진 저축은행이 대다수가 서울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이 제외되면 참여자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피합병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의무여신비율도 M&A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당국은 M&A 성사로 피합병된 저축은행의 경우 합병 시점 총여신의 40%, 해당 지역 수신의 90%만큼을 여신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일각에선 M&A 규제 요건을 완화하면 대형 저축은행으로의 쏠림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대형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M&A 규제 완화까지 추가로 허용되면 저축은행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M&A 규제를 풀어주면 서울에 있는 대형사들이 지방 소형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딜레마를 해소하려면 M&A 규제로 대형화를 추진하는 것보다 지방 저축은행의 활로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M&A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 매력이 크지 않은 데다, 대형화에 따른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지역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상황이 아니라 대형화에 대한 유인이 없다"며 "오히려 대형화로 인해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중소형 저축은행으로서 지역 밀착형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이 저축은행 간 M&A(인수합병) 규제 완화 방침을 내놨지만 연내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점포.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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