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문재인 대통령의 독자적 결단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사면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국민 공감대 대신 미래 지향적 국민통합 차원에서 마지막까지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고민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익히 우리 사회에서 이슈화되어 있는 아젠다로 올라와 있는지 오래된 것이고, (문 대통령이)여러 입장은 이미 많이 들으셨기 때문에 참모들 간의 토론을 통해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하셨을 것"이라며 "근래에 특별히 그것 관련해서 대통령과 의논하거나 상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언제쯤 결정하셨는지는 저도 아는 바가 없다"며 "짐작한다면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문 대통령의)고뇌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의 단독 결정으로 이번 사면이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 참모진도 구체적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에서야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알게 됐다. 심지어 일부 수석들은 이날 사면 소식을 전해 들을 정도였다. 사면 논의는 아들 문제로 지금은 물러난 김진국 민정수석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민주당 및 이재명 후보와의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서 당과 또는 특정인, 어떤 정치인과 협의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국민 공감대를 언급했음에도 이번 결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배경에 대해 "특별히 조사를 해서 추이를 계속 살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께서는 아마 이번 사면이 미래 지향적으로 통합에 기여하기를 원하셨던 것 같고, 발표한 입장문에도 반대하시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리기도 했고, 이것이 통합을 이뤄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잘 풀어가는 새로운 동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라는 판단을 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 사면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한 것은 선거 관련 고려는 일체 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으로서 임기 중에 사면 조치를 하실 수 있다면 연말 사면과 선거 이후,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선거가 끝난 이후에 당선자와 협의해서 하는 사면, 두 가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 두 가지 계기 중에 이번 연말로 하게 된 계기는 고려 사항들이 있었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건강 문제도 입장문에도 나와 있듯이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번 사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외된 점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지 않냐"며 "두 분의 케이스는 많이 다르다. 그런 점이 우리가 이 문제를 볼 때는 고려해 볼 문제"라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죄의 경중 차이인지, 아니면 국민통합 관점에서 다른 차이인지' 묻는 질문에는 "드릴 말씀은 없다"며 "짐작하시는 대로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국정농단이라는 정치적 단죄라는 점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인 이 전 대통령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특히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고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 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해량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7월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입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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