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0년 만에 첫 창립기념회를 연 여성기자협회 회원들 앞에서 "여성기자협회가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기자와 남성기자 간 성차별 없는 취재환경을 바란다는 뜻이었지만, 회원들은 순간 침묵에 빠지는 등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특히 협회 설립 취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창립기념식에서 협회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한 것은, 이 대표의 본뜻과 무관하게 잔칫집에서 재 뿌리는 '악담'에 가깝다는 지적도 낳았다.
이 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조금 전에 김수정 여성기자협회 회장의 말을 들어보니 최초 여성기자에 대한 명칭이 '부인기자'였다"며 "언젠가 여성이라는 이름 자체를 붙일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방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축하 일색이었던 현장 분위기가 급격히 어색해진 것은 이 대표의 발언부터였다. 회원들은 이 대표가 축사에 나서자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여성기자 출신의 조수진 최고의원과의 당내 갈등으로 참석이 취소될까 염려를 깨고 약속된 축사에 나서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반가움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2021년 들어 젠더 이슈가 젊은 세대를 휩쓸면서 많은 아젠다를 낳았지만 참 역설적이게도 여성기자들의 모임이라는 것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기자들의 취재 환경이 아직까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여성기자협회가 언젠가 사라지길 바란다"며 "제발 이 협회가 수명을 다하고 사라지길 바라고, 언론인 협회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협회 분위기는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이들 대부분이 기자·엄마·여성으로서 차별과 편견을 견디며 연대를 강조해온 협회의 취지와는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협회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창립기념식을 가진 자리였다.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간부급 여성기자들의 수치가 성비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셨다. 그런데 이미 20~30년 전부터 여성의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된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이미 교감·교장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5급 공무원 임용이나 이런 위치에서도 여성이 경쟁의 불합리한 지점이 없기 때문에 수치가 개선되어 가고 있다"면서 "일부 공무원 임용에서는 절반을 상회하는 여성 임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 있어서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성비도 근접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많았다"며 "때로는 할당제로 비례대표의 절반을 여성으로 만들기도 했고, 여성의 30%를 의무공천하자고 합의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제가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저희 당도 원래 최고위원 선거에서 여성 할당제를 1명을 하게 되어 있었다. 여성이 혹시 당선권에 못 들어가면 1명을 할당하는 제도인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 조항이 필요 없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4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했는데 조수진 의원, 배현진 의원, 전미경 의원 3명이 당당하게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며 "제가 체험한 것은 오히려 이랬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 선거하면서 사람을 동원하고 50명씩 회식하고 술 먹으면서 '형님', '동생' 하고 러브샷 하면서 찍어주자는 문화가 사라지고 메시지와 공약, 정책으로 승부하는 선거 환경이 마련됐더니 여성 정치인도 어떤 불리함 없이 전당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저는, 국민의힘은 앞으로 이런 불합리한 관행, 취재의 불필요 요소를 걷어내는 방향으로 취재 환경, 언론 환경을 개선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 총괄본부장 등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단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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