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소극장 문화를 꽃피우며 한국 현대 연극을 이끌었던 세실극장이 결국 폐관한다.
15일 2018년 4월부터 세실극장을 운영한 서울연극협회는 대한성공회의 요청에 따라 10일부로 극장 장비를 모두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경영 위기로 폐관에 내몰린 세실극장은 이후 주인을 바꿔가며 명맥을 이어왔다. 서울시는 극장 소유주인 대한 성공회와 협력해 세실극장을 재임대했고 서울연극협회를 6번째 운영자로 낙점했다.
이후 서울연극협회는 2018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약 1년4개월 동안 40여개 단체의 공연과 축제를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존 대관료를 약 60%까지 인하했고, 노후화된 시설물 개보수를 통해 안전을 강화했다.
그러나 극장 운영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옥상 시민공간 조성 공사에 따라 운영이 중단됐고, 그해 10월 정상화됐지만 무대 상부에서 전기합선이 계속 발생했다.
협회는 조명과 전기 시설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운영을 중단했고 이를 서울시와 성공회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정밀진단 컨설팅을 통해 심각한 전기 문제점을 발견했고 운영 재개를 위해 여러 대안을 마련했지만 소유주인 성공회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서울시는 성공회 요청에 따라 협약을 해지했다.
협회 측은 성공회가 세실극장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협회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기간은 1년7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예술단체의 다양한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하며 공공성을 지켜 나가고자 했지만, 그 사이 극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고 결국 폐관을 막지 못했다"며 "극장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공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세실극장이 계속 극장으로 남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세실극장은 1976년에 개관해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연극인회관과 서울연극제의 전신인 대한민국연극제가 개최된 극장이다. 삼일로창고극장과 함께 상업주의 연극에 반대하며 소극장 문화를 꽃 피웠다. 6·10 항쟁 민주화 선언이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세실극장 전경 사진. 사진/서울연극협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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