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현대모비스가 충주 공장 라인 하청업체를 통폐합시켜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판은 현대모비스가 아닌 대표 하청업체의 사명으로 교체했다. 무엇보다 이는 고용 관련 법적 분쟁 등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과 경쟁당국도 현대모비스의 조치를 두고 위법성 여부가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인위적 하청업체 통폐합과 사명 교체로 간접고용 근로자들의 노동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21일 관련업계와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모비스는 충주 1공장 협력 업체 8곳을 한 곳으로 합쳤다. 2공장 협력 업체는 사명을 바꿨다.
지난해 중순까지 1공장 협력업체는 에코로드, 퓨어텍, 미산정공, 동진테크, 다온, 원테크, 드림텍, 에코텍 등 8곳이었다. 하지만 모비스는 이들 업체들을 올해 들어 '그린이노텍'이라는 회사로 합쳤다. 1공장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데, 여러개로 나뉘어져 있던 회사를 한개의 회사로 정리한 것이다. 문제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이른바 인수합병(M&A)을 통해 조정이 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또 수소차 부품 제조를 담당하는 2공장은 기존 동화FC라는 회사였으나 이 회사의 사명은 동우FC로 변경했다.
비슷한 시기 고용 분쟁이 발생했고, 해당 협력업체 노동조합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법원에 제기하자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모비스에 의해 이뤄졌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모비스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자 (모비스가) 8개 협력사들을 현재의 그린이노텍 1공장과 동우FC 2공장으로 통합해 생산전문사로 위장했다"며 "소송을 대비해 현대모비스 간판을 철거하고 하청업체 이름으로 바꿔 단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한 근로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진행하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경우 소송의 주체인 근로자가 어느 회사 소속인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는 게 일반적이다.
즉 협력업체를 인위적 구조조정으로 하나로 합쳐 소속 근로자들이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인 것으로 법원이 판단하게끔 하기 위한 꼼수라는 게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충주 공장 부지는 2012년부터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에이치엘그린파워 소유다. 모비스는 지난 8월 에이치엘그린파워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내부 공장 라인도 100% 모비스의 설비로 꾸려졌다. 결과적으로 생산과 경영의 부분에서 모비스가 직접 관여하는 회사이지만 근로자만 하청업체 소속 신분으로 돼 버린 셈이다.
뉴스토마토에 제보한 일부 근로자들은 모비스로부터 업무와 관련한 직접적 지시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톡과 메일 등으로 구체적인 업무 내용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린이노텍과 동우FC 대표는 현대차와 기아의 퇴직 임원이 맡고 있다. 그린이노텍은 지난해까지는 조현우 대표였으나, 올해부터 차동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임원을 지냈다. 동우FC의 이기택 현 대표도 기아 임원 출신이다.
대표부터 공장부지, 설비 모두 모비스의 영향하에 있는데다 업무 지시까지 모비스로부터 받고 있지만 해당 근로자들은 하청업체 소속으로 분류가 되는 상황이 돼있다는 게 현지 노조와 근로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에 대해 모비스측은 원론적 입장만 내비쳤다. 모비스 관계자는 "그린이노텍은 현대모비스와 별개 회사로 생산전문사 경영진이나 직원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다만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모비스 공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부분 모비스 보다는 하청업체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 고용과 경영은 충주 공장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대구공장은 경창산업으로 바뀌었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 계열사인 현대IHL가 소유하던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읍 테크노순환로7길10 일대 부지를 832억에 사들인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2019년 12월 이후 여전히 현대모비스 소유다.
현대모비스 포승공장은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포승공단로118번길 16(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에 위치해 있는데, 이 회사의 MDPS 전용공장은 엠앤피에스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곳 역시 자사의 생산 거점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공장 부지도 2002년 11월부터 줄곧 모비스 소유다.
현대모비스에서 그린이노텍으로 바뀐 건물 간판 사진/제보
대구와 포승공장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해당 업체 근로자들이 직접파견임은 인식하고 있지만 직고용을 위한 소송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모비스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법적으로 자신의 지위가 불법파견인 것은 인식하고 있으나 현대차나 기아와는 다르게 전부 하청업체로 이뤄진 상태"라며 "직고용 소송을 진행해도 소송에서 승소하는 순간 모든 공장 하청업체를 다 교체하기 때문에 계약해지로 짤릴 것이 우려돼 정규직화를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업체 통폐합', '간판 바꿔달기' 등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한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법적으로 실질적 지시를 하고 있다는 '원청'임이 인정되려면 '하청'이라는 회사의 실체가 없고 형식적이라는 부분이 증명돼야한다"며 "회사를 통합해 대규모로 꾸리고 간판까지 내걸면 하청업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더 부각되는 효과가 있어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하도급법상 위법 사항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내협력업체에 설비나 자재를 지원해주고 지원받은 설비로 부품을 만들어 납품했다면 하도급법상 '제조 위탁'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비스 충주공장 노조는 지난해부터 사측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중이다. 30일 4차 공판이 예정돼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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