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수개월 동안 치솟던 컨테이너선 운임이 최근 3주째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력난으로 중국의 제조업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일부 글로벌 선사들이 운임을 동결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하락 폭은 크지 않아 조정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다.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567.28로 전주 대비 16.11포인트 하락했다. SCFI가 3주 연속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SCFI는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로, 상해항운교역소에서 주요 운송항로 15개 운임을 종합해 매주 금요일 발표한다.
SCFI 지수는 지난 5월 첫째주부터 9월 말까지 20주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9월 마지막주 들어 21주 만에 내림세로 전환했고, 10월 셋째주부터 3주 연속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상승세가 주춤한 건 중국이 전력난으로 공장 가동을 줄이면서 전반적으로 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은 석탄 부족으로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주요 공업 도시 공장들에 가동률 감축을 지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 내용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2로 집계됐다. 9월 49.6에서 더욱 위축된 것이다. 50을 밑돈 것도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PMI는 제조업 경기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대, 넘지 못하면 위축을 뜻한다.
중국은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대기 질 개선을 위해 탄소배출 감축도 추진하고 있어 제조업 생산 감축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선사 중 일부가 운임을 동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계 3위 규모 프랑스 선사인 CMA-CGM은 내년 2월까지 모든 비정기 단기(스폿·spot) 운임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하파그로이드도 지난 9월 중순 향후 몇 주간 스폿운임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해운업계에선 하락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운임이 조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CFI는 지난주까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지난 8월 부산항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사진/뉴시스
HMM(011200) 관계자는 "4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여서 통상 3분기 성수기가 끝난 후 운임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4분기인 10월까지 사상 최고 운임이 이어졌고 현재 운임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요 항만들의 적체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운임이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항만 인력이 줄면서 컨테이너를 제때 내리지 못해 혼잡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지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기준 LA항과 롱비치항에는 77척의 선박이 바다 위에서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LA항과 롱비치항을 24시간 운영해 물류난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적체는 좀처럼 풀리질 않고 있다. 항만에서 컨테이너를 빠르게 내려도 이를 내륙으로 운송할 트럭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트럭운송협회에 따르면 부족한 인력은 약 8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0% 늘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지금의 물류난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갈 것으로 예상하며, 심한 경우 내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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