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고비를 또 한번 넘겼다. 달러화 채권이자를 기한 내 지급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겼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구할 시간을 벌었지만, 내달 11일부터 또 다시 채권 이자 청구서가 날아온다.
29일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헝다그룹이 이날 유예기간이 끝나는 달러 채권의 이자를 하루 전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지급한 달러는 지난달 29일로 예정됐던 상환 이자 4520만달러(약530억원)다. 달러 채권은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주어져 지금일이 지나도 공식 디폴트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헝다 그룹은 중국 내에서 중단됐던 건설 프로젝트 재개도 추진 중이다. 사진/뉴시스
최근 중국 당국은 대형 부동산 업체들에 달러 채권을 차질 없이 상환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26일 헝다 이외 주요 부동산 기업 8곳을 소집했으며, 헝다 창업자인 쉬자인(許家印) 회장에게 개인 자산을 동원해서라도 부채를 해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는 디폴트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해외 채권자 그룹과 협상을 추진하며 채무조정을 위한 합의에 나섰다. 중국 내에서 중단됐던 건설 프로젝트 재개도 추진 중이다. 헝다의 해당 부동산 상품 대부분은 올해 말까지 고객에게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잔금을 받게 되면 자금 사정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유동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기에 디폴트 위기는 여전하다. 이달 11일에 지급하지 못한 이자 1억4800만달러(약1740억원)를 내달 11일까지 갚아야 하고, 연말까지 달러화 채권 3건에 대한 이자도 납부해야 한다. 추가로 갚아아 하는 달러 채권이자 총액은 약 3950억원 규모다. 내년에도 달러화·위안화 채권 규모는 약 8조60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중국 내 주요 부동산 업체들은 줄줄이 유동성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중견 업체인 화양녠(영어명 판타지아), 신리(영어명 시닉), 당다이즈예가 잇따라 달러화 채권 디폴트를 선언했다. 해외 신용 평가사들은 중국 부동산 개발사가 발행한 채권 상당수를 투자 부적격을 의미하는 투기(정크) 등급으로 떨어뜨렸다
중국 남부 선전에 있는 중국 부동산개발회사 헝다(에버그란데) 그룹 본사 앞.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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