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국내 '한계기업' 100곳 중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곳은 15~36곳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한계기업이 증가 추세인 만큼, 팬데믹 이후 한계 상태에 진입한 기업들의 회생 가능성을 보다 엄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기업 재무상태 전환의 주요 특징-한계기업의 회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규 한계기업의 회생률은 최대 36.3%, 최소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개별 외감 기업 중 한계기업에 진입한 기업의 10년간 상태 변화를 추적해 본 결과, 신규 한계기업의 63.6%는 10년 내에 한차례 이상 정상 상태로 전환됐다.
정상 상태로 전환한 기업 중 35.9%는 재무취약, 비존속 상태 등으로 재전환했지만, 27.7%는 10년 후에도 정상 상태를 유지했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재무상태 전환이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기업의 회생을 장기 평균 경영실적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했다. '일시적 정상화'를 회생으로 간주(회생률 과대평가)하거나, 반대로 일시적으로 재무취약상태로 재전환된 기업을 모두 회생에서 배제(과소평가)하는 경우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신규 한계 진입 후 장기 평균 이자보상배율과 기업 상태를 바탕으로 한계기업의 회생을 정의하고, 회생률의 범위를 시산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규 한계기업의 회생률은 최대 36.3%, 최소 15%로 나타났다. 이는 일시적 정상화까지 포함시킨 기존 연구의 방식에 따른 회생률(63.6%)보다 크게 낮다.
한은은 장기간 평균적으로 양호한 경영실적을 지속한 기업만을 회생기업으로 정의하는 등 회생의 기준을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적지 않은 신규 한계기업이 회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용민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계기업 중 일부가 해당 산업의 업황 부진 등으로 한계 상태에 진입했을 뿐 생산성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인해 신규로 한계상태(또는 재무취약상태)로 전환된 기업중 상당수는 생산성, 경영능력 등 기업 특성에 있어 과거 한계기업과 다를 수 있으며 따라서 과거와 상이한 회생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향후 연구에서는 한계기업의 특성과 한계기업 회생의 결정요인에 대해 추가 분석하고 코로나19 충격의 특성도 감안해, 코로나19 이후 한계 상태에 진입한 기업들의 회생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기업 재무상태 전환의 주요 특징-한계기업의 회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규 한계기업의 회생률은 최대 36.3%, 최소 15%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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