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데는 공격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집값과 가계부채 등을 해소하기 위한 연속적인 금리 인상 카드보다는 대내외 불확실성 상황을 우려한 숨고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각종 경기 지표들도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한은이 발표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을 보면 내수 및 대외거래 통계에서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중 소매판매는 준내구재가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가 줄면서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줄어 5.1% 감소했다.
수출만 호조세다. 9월 중 수출은 통관 기준 55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및 석유·화학 등이 전년 동월보다 16.7%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생산은 감소 추세다. 8월 중 제조업 생산은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늘었지만 전기장비, 금속가공이 줄면서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업, 운수·창고업 등에서 감소하면서 전월보다 0.6% 줄었다.
물가와 부동산 가격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올해 9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기준으로 2.5%를 기록했다. 이는 6개월 연속 2%대다.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농축수산물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석유류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폭이 확대됐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5%로 전월(1.3%)보다 커졌다.
8월 중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9% 올랐다.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점도 기준금리 동결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 우려와 미국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국채금리는 큰 폭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또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주가 역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통위 측은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연내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 변수를 감안한다 해도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금융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여러 가지 대내외 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경기 회복 흐름이 우리가 보는 수준에서 혹시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를 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급등, 이에 따른 부채 문제, 외환시장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등 각종 지표가 불안한 상황"이라며 "금리가 이번에 인상되지 않았지만 아직 금통위 본회의가 1차례 더 남은 점을 감안하면 추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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