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들이 박영수 특별검사의 변호사협회장 선거를 기점으로 만나 의기투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법조계 복수 인사들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만배 전 기자, 남욱·조현성 변호사 등은 2014년 박 전 특검이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즈음 선거를 돕는 방식으로 만났다. 남·조 변호사는 박 전 특검과 한 법무법인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김만배·남욱·조현성, '박영수 후보' 중심 집결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박 전 특검은 2014년 말 제48대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김 전 기자는 박 전 특검의 당선을 돕고자 자청하고 나선 인사 중 하나다. 그는 법조기자 인맥을 활용, 선거를 도울 변호사들도 모았다고 한다.
신장식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박 전 특검과 김 전 기자는 이전부터 친했고, 김 전 기자가 박 전 특검의 변협회장 선거를 도운 건 법조계에선 다 알려진 일"이라며 "남·조 변호사도 '박영수 캠프' 멤버였고, 방송에 많이 나오는 노영희 변호사도 박 전 특검의 당선을 위해 힘을 뭉친 사이"라고 설명했다. 노영희 변호사도 이날 "김 전 기자가 박 전 특검을 '형님'이라고 불렀고, 남 변호사는 박 전 특검과 친했다"면서 "한 10명이 선거를 위해 모여 그 일만 했으니까, 우리 패밀리가 얼마나 친하게 지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은 이듬해 2월 변협회장 투표에서 낙선한다. 변협회장에는 하창우 변호사가 당선됐다. 노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선거에 늦게 참여한 탓에 아깝게 안 됐다"며 "낙선하고 우리가 모여서 '우리는 서로 목숨을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이고 (선거운동) 열심히 했으니까 앞으로도 서로 도와 주자'고 했었다"고 회고했다. 변협회장으로 밀던 박 전 특검의 낙선으로 공통의 목표가 사라진 김 전 기자와 남·조 변호사 등은 이때부터 더 친밀한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변협 선거 1년 뒤 대장동 개발 사업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대장동이 개발되던 때와 맞물린다. 성남시는 2015년 2월13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를 공고했다. 두 달 뒤인 3월27일에는 하나은행을 대표사로 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어 8월 성남의뜰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다. 법조계는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걸로 보이는 사람으로 김 전 기자(화천대유 대주주)와 이 변호사(화천대유 전 대표)를 꼽는다.
김 전 기자와 이 변호사는 성균관대 동문이다. 노 변호사는 "이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변협회장 선거를 할 땐 선거캠프에 없었고, 서해안고속도로에 있는 행담도휴게소 대표을 맡고 있었다"면서 "이후 경영진 내부의 문제로 직책에서 물러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개발과 시행 등을 되게 좋아하는 분이었다"면서 "이런 쪽으로 소식이 밝으니까 성남의뜰 사업을 알게 됐고, 그쪽으로 연결이 됐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하필 성남의뜰 대표이사를 맡은 고모 변호사 역시 이 변호사와 성대 87학번 동기다.
박 전 특검을 도왔던 변호사들은 '법무법인 강남'에서 함께 일한 인연도 있다. 노 변호사를 포함해 남 변호사, 조 변호사 등이다. 노 변호사는 "남 변호사가 2015년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대장동 개발 방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의 공영개발에서 민간개발로 바꿔 달라는 청탁과 함께 8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에 의해 구속기소 됐는데, 당시 남 변호사의 변론은 박 전 특검이 맡았다"면서 같은 소속 변호사인 남 변호사가 위기를 맞자 법무법인 차원에서 박 전 특검을 변호에 나선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장동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박 전 특검의 선거를 도운 사람들은 저마다 화천대유 관계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4호 대표, 조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 대표에 등재됐다. 박 전 특검도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특검에 임명되기 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을 했다. 법조계는 김 전 기자가 대장동 개발과 관련, 박 전 특검 등 법조계 인맥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노 변호사는 "김 전 기자는 워낙 법조 인맥을 많이 알고 있고, 또 사실 필요할 때마다 인맥을 동원할 수 있으니까 도움을 받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들이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특수한 구조를 짜는 데 있어서 기여를 했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국정농단 특검'이 출범한 뒤 박 특검과 김 전 기자의 사이가 급격히 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기자와 박 전 특검의 연결고리는 김 전 기자의 누나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서울 연희동 자택을 시세보다 싸게 샀다는 의혹까지도 연결된다. 앞서 지난 28일 유튜브채널 <열린공감TV>는 김 전 기자의 누나 김명옥씨(천화동인 3호의 사내이사)가 2019년 4월30일 윤 후보의 부친이 거주한 연희동 자택을 19억원에 매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연희동 주택의 시세 33억~35억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열린공감TV>는 거래가 이뤄질 당시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점에 주목하면서 '뇌물성 매매'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김 전 기자와 개인적 친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열린공감TV> 보도 이튿날인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윤 후보를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으로 추천한 장본인이 김 전 기자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16년 말 박영수 특검이 본격적인 특검 수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런저런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법조 출입기자 1진 여러 명을 불러 모았다"면서 "'수사팀장은 누굴 시키는 게 좋을까'라는 박 특검 질문에 김 전 기자가 '석열이 형 어떨까요'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기자는 20년 넘게 법조만을 출입한 기자"라면서 "곽상도 무소속 의원, 박 전 특검, 김 전 총장, 강 전 검사장 등 잘 나가는 검사들과 남다른 관계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박영수 특검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의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박 특검과 법조 출입기자 1진이 만난 자리는 없었고, 당시 수사 진행상황을 고려할 때 한가하게 기자를 만날 여유도 없었다"면서 "박 특검의 머리엔 이미 윤 후보를 수사팀장으로 삼으려는 생각이 있었다는 게 여러 언론보도나 인터뷰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2017년 3월6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서울시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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