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성남의뜰 주주협약서'…의혹 커지는 '남판교 수익잔치'
성남도개공 배당금 1822억 제한…민간 배당은 무한대
"화천대유가 전권 가져"…당시 성남시의회서도 문제 지적
화천대유, 민간사업자 공모 1주일 전 설립·AMC 참여
성남시 "민간정보 담겨 공개 안돼"…모르쇠 일관
2021-09-29 12:00:00 2021-09-29 12: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남판교’에 위치한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사업자 선정 단계부터 심상치 않은데다 수익구조 설계도 지나치게 민간 위주로 설계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포함, 이 사업에 참여한 신생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와 종속회사 천화동인은 4000억원대 배당금과 더불어 4500억원 규모 분양이익까지 1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가져간 것으로 추산된다.
 
‘화천대유·천화동인’ 위주 수익 설계… 전체 배당금의 68% 차지
 

지난해 말 기준 화천대유 진행 분양공사 관련 수익 내역.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성남의뜰 지분 7%를 보유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전체 주주에게 배당된 5903억원 중 4040억원(68%)을 가져갔다. 반면 50%+1주의 우선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43%를 보유한 하나은행 등 금융사의 배당금은 각각 1830억원과 32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1종 우선주주(성남도시개발공사)의 누적배당금 합계액이 1822억원이 될 때까지 우선 배당하고 2종 우선주주(하나은행 등)는 사업연도별 액면금액을 기준으로 연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당한 뒤 남은 이익금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에 배당되도록 구성됐기 때문이다. 개발 사업에 따른 추가이익을 성남시가 아닌 화천대유와 같은 민간 사업자가 가져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보훈회관에서 열린 ‘개발이익 환수’ 주제 토론회에서 “왜 (성남시에서) 환수를 더 못했느냐는 것은 무책임한 결과론적인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번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개발이익을 공공에 환수하는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무주택 저소득층 국민임대 아파트 부지→ 분양 용도 변경
판교대장지구 임대아파트용지 처리 방안. 출처/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
 
화천대유뿐 아니라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거둔 배당금 1822억원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권은희 의원실이 공개한 ‘판교대장지구 임대아파트용지 처리 방안’에 따르면 성남시는 국민임대주택 1200가구를 지으려 했던 대장동 A10 부지를 2019년 6월 이후 ‘분양용’으로 용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임대’ 용도로 땅이 팔리지 않자 ‘분양’ 용도로 바꿔 판 것이다.
 
이에 따라 A10 부지에는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한 1200가구 국민임대 주택이 아닌 공공분양 749가구, 공공임대 374가구가 들어선다. 이처럼 국민임대용 부지를 팔아 2019년 3월 성남의뜰에서 183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는 게 권 의원의 주장이다.
 
권 의원은 “저소득층의 주거안정과 ‘개발이익’을 바꿔 먹은 것”이라며 “민간업자에게 더 많은 특혜가 돌아가도록 설계한 것이 대장동 사업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성남에 더 유리했던 '메리츠 컨소' 탈락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 '운영계획' 배점표. 출처/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실
 
사업자 선정 단계에 대한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13일 대장동 개발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에는 사업계획(650점)과 운영계획(350점) 총 1000점으로 구성된 배점표와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및 운영계획’, ‘조직편성 및 인력운영 계획’이라는 20점 가산점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후 같은 해 3월26일 △하나은행 컨소시엄(하나은행·국민은행·기업은행·동양생명·하나자산신탁·화천대유)과 △메리츠증권 컨소시엄(메리츠증권·외환은행) △산업은행 컨소시엄(산업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대우증권) 3곳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하나은행 컨소시엄에만 자산관리회사(AMC)인 화천대유가 참여하고 메리츠, 산은 컨소시엄은 AMC 없이 응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루 만에 1조5000억원 규모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화천대유는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불과 1주일 전인 2015년 2월6일 설립됐다. 시행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화천대유가 AMC 관련 추가 배점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 개발 사업 공모에서 탈락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이 하나은행 컨소시엄 보다 성남시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메리츠증권 컨소시엄은 5000억원 상당 기반시설을 기부채납하고 나머지는 지분대로 분배하겠다고 제안했다”며 “화천대유는 기반시설 포함 5500억원(기부채납)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민간투자자들이 가져가겠다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메리츠 컨소시엄 제안대로라면 성남시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데도 ‘하나은행 컨소시엄(화천대유 참여)’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다만 성남시에서 평가서를 공개하지 않아 20점의 가산점이 우협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현재 부동산 PF 분야의 강자로 불리는 메리츠증권이 2015년에는 자기자본 2조원이 채 되지 않아 자금조달능력 부분에선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밀리는 면도 있다.
 
그럼에도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다. 우선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 등 민간이 가져갈 수 있던 5500억원의 이익금을 환수(기부채납)했다는 이 지사의 주장에 부동산개발업계와 법조계 등은 납득이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기부채납이라는 게 개발 사업에 따른 절차 중 하나인데 그것을 공익 환수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화천대유처럼 기부채납을 그 정도(5500억원) 하고 수익을 그렇게 많이 가져가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시(서울시 등)에선 화천대유 사례처럼 시행사 등이 과도한 수익을 가져갈 수 없도록 장치를 걸어두는데 화천대유는 그런 제동장치나 리스크 거의 없이 수익을 많이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이 업계 사람들은 높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을 감당하고 부동산 PF 사업에 뛰어드는데 화천대유 사례로 불똥만 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화천대유 의혹’ 규명 첫 번째 키는 ‘주주 협약서’
 
이처럼 화천대유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첫 번째 키는 성남의뜰 주주들 간 협약서다. 주주들 간 협약서에는 개발 사업 협약이 체결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 선정 단계에 대한 규명도 우선협상대상자 평가서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주주 협약서 등에 민간 정보가 담겨 있다는 점을 들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성남시의원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2018년 10월 당시 주주협약서 일부 내용에 따르면 ‘1종 우선주주(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누적 배당금의 합계액은 금 1822억원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내용만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가져갈 수 있는 배당금에 상한을 뒀지만 민간에는 무한대 수익이 보장됐다.
 
지난 3년간 성남시 내부에서도 이를 두고 성남의뜰 지분 1%를 가진 화천대유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박호근 성남시의원이 “전체 지분의 1%인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의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며 “얘네들(화천대유 등)이 얼마가 남든 관여할 수 없는 것이냐, 화천대유를 뺀 나머지(하나은행 컨소시엄 등)는 일정 부분의 이자를 가져가는 것이지 수익금이 발생된 부분에서 가져가는 것은 아니잖냐”고 묻자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이 자리에서 얘기할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의원실에서도 그 자료(주주 협약서, 우협 평가서 등)들을 받지 못했다”며 “빠른 시일 내 특검 수사를 개시해 압수수색을 통한 자료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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