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야당, 종전선언 이해 못해…미군철수·한미동맹과 무관"
취재진과 기내 간담회…종전선언, 남북문제, 코로나 방역, 언론중재법 등 입장 밝혀
2021-09-24 11:03:21 2021-09-24 11:03:21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종전선언'은 "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과 무관하다"며 야당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결국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며 남·북·미 대화 재개를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1호기에서 33분간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종전선언, 남북문제, 위드코로나, 언론중재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의 기내 기자간담회는 취임 이후 4번째로, 전문은 24일 공개됐다.
 
우선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대해 "국내 언론에서 보도된 반응, 특히 야당 반응을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 참 이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2007년 (노무현정부의)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3자 또는 4자에 의한 종전선언을 추진한다'고 이미 합의가 됐던 것"이라며 "그때도 3자는 남·북·미였고 4자는 남·북·미·중이었다. 남·북·미를 추진하되, 중국이 원하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종전선언은 평화협상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일종의 정치적 선언으로, 법적 지위는 달라지는 것이 없고 정전협정에 의해 이뤄지는 관계는 그대로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은 아무 관계가 없다"며 "주한 미군 주둔은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북미 수교가 이뤄지고 난 이후에도 한·미가 필요하면 한미동맹을 하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늦어지는 이유로 북한 핵의 고도화와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 등을 들었다. 단순히 정전협정->종전선언->평화협상으로 가는 것이 아닌 '비핵화'와 '제재완화' 과정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선 다들 공감대가 있고, 남북·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어차피 해결될 문제"라고 자신했다.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앞으로 남북회담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좀 더 진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게 정부가 해야 될 책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이 용납하기 어려운 고강도 도발(ICBM·핵 실험) 대신 일종의 저강도 긴장고조(단거리 미사일 발사) 전략을 구사하는 것을 언급, "대화의 문을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북한도 대화와 외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북한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코로나19 방역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선 "청와대가 주도해 이뤄지는 입법은 아니다"면서도 "지금 언론이나 시민단체나 국제사회에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함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는 "지금 1차 접종만 전 국민 70%를 넘긴 상태이고, 접종 완료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며 "다음 달 말 정도 되면 접종완료율 70%를 넘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때 되면 우리도 '위드 코로나'를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보다 접종이 빨리 진행된 나라들의 경우에 방역 조치를 상당히 완화했다가 다시 확진자가 늘어나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 "다음 달쯤 되면 그런 계획을 보다 가시적으로 국민들께 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백신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베트남에 백신 공여로 알 수 있듯 이제는 우리가 충분히 여유가 있어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며 "여유 물량들을 활용해 백신 후발국들을 도울 계획이고 국민들 접종에 필요한 물량은 전혀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초기에 백신이 들어오는 시기가 조금 늦어졌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백신의 초기 진행이 조금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그 부분을 빠르게 따라잡아서 다음 달쯤 되면 백신 접종률에서 우리가 세계에서 앞서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3박5일 미국 순방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24일 하루 연가를 사용했다. 올해 첫 휴가다. 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 인사말에서 "해외 순방 때마다 짧은 기간에 가급적 많은 일정을 소화하게 되고 또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되니까 다들 지치셨을 테고, 저도 녹초가 다 됐다"며 힘들어했다.  
 
제76차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군 1호기 회의실에 순방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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