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사과나 유감 표명보다 개발이익 공공환수 방안 마련 등 재발방지 대책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우회로를 택할 경우 자칫 의혹을 인정하거나 굴복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소신대로 이슈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캠프 내에선 '이재명답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후보는 22일 오후 서울 동작소방서를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개발은)객관적으로 봐도 제가 잘한 일이고, 특검이니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 쟁점화를 해 의심을 확대하고 의혹을 부풀려 공격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의힘이 요구한 특검 등에 대해 '저질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민간의 토지개발 불로소득을 정부 차원에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야당과 보수언론 등을 향해 "앞으로 토지 개발 인·허가권을 행사해서 생기는 불로소득 개발이익을 완전히 정부 차원에서 환수하는 장치를 만들고, 불로소득을 환수할 국가기관을 별도 설치하는 등 단순한 인·허가에 따른 불로소득은 민간이 가질 수 없도록 공공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수해 국민에게 100% 돌려드리는 '개발이익 국민환수제'를 도입할 때 본인들의 기존 주장을 철회하지 마시고 적극 협조해 주길 부탁드린다"는 일침도 잊지 않았다.
이는 캠프 일부에서 마련한 '어쨌든 논란의 당사자로서 국민 정서와 다른 부분에 대해선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고 사태를 이쯤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를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날 낮 복수의 캠프 관계자는 정례 브리핑 후 <뉴스토마토>와 만나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특정 업체가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갔다는 점에 관해 국민 정서와는 다른 부분이 있는데 사과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영개발의 과도한 이익 발생을 억제하고 공공개발을 접목해 공공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했으나 부동산 개발의 특성상 업체 측이 국민 정서와 달리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간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결과적으로 유감 표명보다 개발이익 공공환수제 도입을 통해 의혹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그간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 "민간의 횡포를 민간과 시가 함께 하는 개발을 통해 시민의 이익으로 돌려줬다"며 "성공한 정책, 성남시장으로서 최대 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잘못한 게 아니라 오히려 칭찬과 격려를 받을 일'이란 게 이 후보 입장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성남 분당구 대장동 일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게 개발 관련 특혜를 줬다는 주장이다. 화천대유는 자본금 5000만원에서 시작, 3년간 4000억원대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의혹이 커졌다. 특히 성남시가 공공개발로 5000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환수했음에도 신생업체인 화천대유가 너무 많은 이익을 가져간 점을 놓고 '이 후보와 화천대유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까지 등장했다.
이에 지난 19일 광주MBC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박용진 후보는 이 후보에게 사과를 제안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결과적으로 화천대유 등 일부가 수익을 너무 많이 가져간 문제와 관련해선…(중략)…그 당시 정책시행 책임자였던 성남시장으로서 최종적으로 확인이 되면 국민께 사과하실 의향은 없으시냐"고 질문한 바 있다. 이에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은) 성공한 정책"이라면서 "제가 부정을 하거나 정말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면 후보를 사퇴하고 공직을 다 사퇴하고 그만두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캠프는 이 후보에 대한 국민의힘 특혜 의혹 공세가 방향을 잘못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에 관해 국민의힘 프레임은 '이재명 후보가 민영개발 세력과 짜고 특혜를 줬다'는 건데, 이러면 앞으로 야당과 보수언론은 '부동산 개발 규제 없애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 후보가 성남시장 때 대장동 개발사업 9500억원 중 5500억원을 가져갔는데, '앞으로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부동산 시장 다 죽는다' 이렇게 했어야 우리가 난처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18일 광주광역시 남구의 한 미혼모시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이재명캠프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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