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가파른 소비 회복을 보였던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상반기에 비해 중국 화장품 수요가 주춤한데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돼 국내 브랜드 화장품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에게는 마케팅 경쟁에 따른 신제품 출시, 주문 증가 등 우호적인 상황이 됐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LG생활건강(05190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국내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KTB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 소매판매는 지난 3월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지만 이후 △4월 18% △5월 15% △6월 14% △7월 3%로 연초 대비 수요가 위축됐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중국 성장률도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 2분기 LG생활건강의 중국 성장률은 10%, 아모레퍼시픽은 6%로, 로레알(34%), 에스티로더(45%) 등 글로벌 대기업이나 시장 평균 15%에 크게 못미쳤다. 이 기간 양사의 마케팅 비용은 작년보다 늘었음에도 매출 성장이 더딘 것이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비중이 큰 만큼 하반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4분기 대형 소비 이벤트인 광군제를 앞두고 9월 소비 업황이 개선되더라도 6·18이 있었던 2분기 성장률이 작년 동기보다 15% 성장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하반기 중국 현지 화장품 소비 업황은 상반기 대비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시장 내 마케팅 경쟁 심화도 부담 요인이다. 화장품 브랜드는 점유율 경쟁이 중요해 시장 상황에 따라 마케팅 비용이 결정되는데, 글로벌 브랜드들의 중국 마케팅 강화로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화장품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중국 연예인은 물론 팬클럽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규제 대상이 되면서 한국 연예인을 모델로 쓰는 마케팅도 제한될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002790),
클리오(237880)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한한령(한류 금지령)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미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연예인과 콘텐츠 규제로 화장품 업체들이 영향을 받았던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때 이미 겪은 이슈로, 한류 열풍과 국내 화장품 판매의 상관 관계가 과거와 같이 높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161890),
코스맥스(192820) 등 국내 ODM 기업들은 반사수혜가 예상된다. 중국 내 브랜드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확대와 신제품 출시로 고객사의 주문이 늘기 때문이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빠른 회복에 올해 상반기 코스맥스의 중국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0% 늘었고, 한국콜마는 111%,
코스메카코리아(241710)는 8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온라인 고객사가 크게 늘었다. ODM사들이 중국 법인을 통해 현지 온라인 고객사를 다수 확보하면서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졌다. 코스맥스 상해의 온라인 고객사 비중은 60%까지 늘었고, 한국콜마 무석 법인의 온라인 고객사 비중은 70%에 달한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로컬 브랜드는 대부분 저가에 머물고 있어 카테고리 특성상 경쟁 심화에 노출돼 있고, 중국 소비자의 품질 눈높이도 점차 상향돼 품질 경쟁력을 갖춘 한국 ODM에 대한 선호도가 상승하는 등 전방 상황이 ODM 업체에게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코스맥스의 중국법인 코스맥스차이나 전경. 사진/코스맥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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