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를 의심했다. 지난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예정에도 없던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윤석열 검찰이 유시민과 최강욱 등 여권 주요 인사와 기자들에 대한 대검 고발을 야당 국민의힘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면서다.
의혹의 중심에 선 탓인지, 기자회견 내내 그는 격앙된 목소리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결백을 지지층에 호소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자신 감정 하나 다스릴 수 없어서야'라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믿을 수 없는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메이저 언론을 통해,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메이저 언론이 아니면 의혹 제기조차 할 수 없는 것이냐"라고 묻자, 그는 "처음부터 독자도 많고 이런 데 (제보)하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메이저 언론사로는 KBS와 MBC를 꼽았다.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을 정정하지 않고 되레 고집하는 그의 태도에서 특권의식의 민낯을 봤다.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해 나라의 내일을 열어야 할 대통령으로서 그의 이 같은 자세와 인식은 분명 재앙에 가깝다.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기득권(메이저 언론)을 옹호하고, 약자(인터넷매체)에는 차별을 말하며, 기득권이 아니면 문제 제기조차 말라는 것. 이것이 그가 말하는 공정과 정의의 실체였던 것이다.
앞서 논란이 됐던 '불량식품',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일명 '쩍벌', '도리도리'로 한동안 인터넷에 회자됐던 그의 자세도 지극히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평소 행동이었다. 주위를 전부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그의 인식과 나만이 옳다는 사고가 현재 윤석열의 본질로 해석됐다. 그래선지 그는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칼을 들이대면서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거짓', '공작'으로 치부하고 있다.
이 같은 '괴물'을 만든 데는 현 여권의 책임도 크다. 전례 없는 승진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했고, 적폐청산의 공로를 인정해 검찰총장으로까지 끌어올렸다. 그리고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수사했다는 정의의 상징이 돼 야권의 1위 대선후보로까지 올라섰다. 그렇게 검찰개혁은 실종됐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그가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현실이 못내 비참하고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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