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법정화폐로 도입한 중남미국가 엘살바도르가 첫날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의 공식 디지털 지갑이 전산 장애로 먹통이 되는가 하면, 차익 매물 실현에 비트코인 가격도 급락했다. 법정화폐 도입 전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면서 비트코인 도입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도 거리로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해 쓰기로 한 이날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비트코인 사용에 필요한 공식 디지털 지갑인 ‘치보(Chivo)’가 한 때 먹통이 되면서 더해졌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사용하기로 한 첫날이었지만, 정작 사용이 불가능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치보를 다운받으려 몰려 일시적인 기술적 장애가 발생했다"며 서버 용량을 늘리기 위해 치보의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측도 “(정오 직전) 곧바로 복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해져, 더 많은 시민이 흥분상태로 시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같은 날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는 일제히 급락했따.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서부 시간으로 7일 낮 2시(한국 시간 8일 오전 6시) 기준 비트코인의 코인당 가격은 4만6797.50달러로 24시간 전보다 9.89% 하락했다. 전날 5만2700달러 선까지 올라가며 지난 5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여전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바이 더 딥(Buy the dip·가격이 하락했을 때 추가 매수한다)”이라며 “비트코인 150개를 더 샀다”고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모든 혁신과 마찬가지로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과정은 학습 곡선상에 있다”며 “하루, 한 달에 모든 게 이뤄지지 않는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며 정책을 밀고나갈 뜻을 명확히 했다.
중남미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는 7일(이하 현지시간)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비트코인 공식 화폐 채택 반대 시위에 나섰다. 엘살바도르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고, 비트코인 작동에 필요한 기술 접근도 어려운 상태다. 사진/뉴시스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는 이날 10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비트코인 공식 화폐 채택 반대 시위에 나섰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가능성, 일반 시민의 정보 부족 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엘살바도르는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하고, 비트코인 작동에 필요한 기술 접근도 어려운 상태다.
시위대는 “비트코인은 부자들을 위한 통화 “투기 세력에게나 적합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날 경찰이 시위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는 타이어를 불태우고, 폭죽을 터트리며 저항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국제 금융권에서도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도입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많은 거시경제·금융·법적 이슈가 발생할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암호화폐는 중대한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WB)은 이날 “환경과 투명성 관련 결함을 감안할 때,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엘살바도르를 도울 수 없다”고 거듭 밝혔다. 투자은행 스티펠니콜러스의 나탈리 마식 전무도 “암호화폐는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엔 특히 복잡하고 위험하다”고 했다.
전 국민 75%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의 공식 화폐 거래를 강행했다. 사진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지난 해 무장군대로 국회를 포위했을 때의 모습.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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