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충청권 과반을 얻어 본선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자 반작용으로 '반이재명연대'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이재명 성향의 당원과 이낙연 의원 지지층, 당내 일부 친문 의원들이 '이재명 불가론을'을 내세우며 독자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 경선에서도 1위 후보에 대한 비토가 제기된 가운데 선거 과정에 앙금을 남긴 바 있다.
6일 민주당과 각 후보캠프에 따르면,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이 지사가 '민주개혁진영의 공동대응'을 촉구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도 '후보직 사퇴요구'로 윤 전 총장을 압박했지만 의혹에 대해선 각자 의견을 제시하면서 대응하는 모양새다. 한 여권캠프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힘을 빼고 모든 당이 윤 전 총장을 압박하는데 굳이 공동대응을 운운할 필요가 있느냐"며 이 지사의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어느 캠프에도 합류하지 않은 한 민주당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후보는 없을 것"이라면서 "주말 경선 이후 의도적인 무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이 지사가 충청권 경선에서 득표율 54.72%를 기록, 2위 이낙연 의원(28.19%) 두 배 가까운 차이로 앞서자 반이재명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응도 격앙됐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을 비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이재명 찍느니 윤석열 찍겠다"라거나 "이재명 낙선운동을 하겠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30일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지지 후보가 최종 후보가 못 될 경우 같은 정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민주당 지지층에선 66.2%로, 국민의힘 지지층(75.5%)보다 9.3%포인트 낮았다. 이 지사의 대세론과 별개로 반이재명 심리 역시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강성 지지자들의 비토 문제는 앞서 2017년 경선에서 이 지사 측이 먼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이 지사를 지지한 손가락혁명군(손가혁) 일부 회원들은 문재인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출되자 '경선 부정'을 제기,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까지 벌인 바 있다. 당시 4명의 후보 중 3위를 한 이 지사는 경선 부정론을 일축하며 문 후보를 지지했지만, 문 후보와 손가혁 일부 회원들은 극한의 갈등을 벌이며 경선 과정에 상처를 남겼다.
일부 친문 의원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현재 이재명캠프엔 박주민·이재정·김남국 의원 등 여권 내 친문으로 분류된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이나 정세균 후보캠프에 합류한 친문 의원들에 비해선 세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민주주의4.0은 관망 자세로 이 지사에 대해 다소 비판적 입장인 걸로 알려졌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한 좌담회를 열고 이 지사 측에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주의4.0은 2017년 경선 때 민평련처럼 비판적 지지입장을 내며 독자노선을 갈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친노비문 세력을 주요 멤버로 삼은 이재명캠프와 결을 달리하는 독자 공약을 낼 것으로 보이고, 경선 막판엔 이 지사를 견제하기 위한 후보 단일화를 민주주의4.0이 주도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재명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은 조정식 의원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이재명 전선'에 대한 질문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은 모두 친문 권리당원"이라면서 "당원들의 제일 큰 관심사는 4기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느냐 여부이고, 캠프는 이 점에 집중해서 지지층을 확장하는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SOI 여론조사는 8월27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100%) 자동응답 조사 방식을 통해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5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충청북도 청주시 CJB컨벤션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세종·충북 지역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이재명캠프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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