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미국인 대피 작전을 진행할 때 탈레반과 비밀협정을 맺고 자국민을 카불 공항 입구로 안내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CNN방송은 31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탈레반과 비밀협상을 벌여 탈출에 도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 관계자는 아프간에 치류하고 있던 미국인들이 카불 공항 인근에 미리 정해진 '집결 지점'에 모이면 탈레반이 신분증을 확인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로 데려갈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공항 내부는 미군이, 외부는 탈레반이 통제하고 있었다.
이런 방식의 탈레반 호위는 하루에도 여러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의 주요 집결 지점 중 하나는 공항 출입문 바로 밖에 있는 내무부 건물이었다.
한 관계자는 탈레반의 호위를 받고 미국 시민들이 아프간을 빠져나온데 대해 "효과가 있었다.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CNN은 여권과 영주권을 지닌 미국인이 공항 근처 탈레반의 검문소에서 막혔다는 많은 보도를 고려할 때 탈레반이 일부 미국인의 진입을 거부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미 특수작전부대가 카불 공항에 '비밀 게이트'와 미국인 대피 과정을 안내하는 '콜센터'도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대피 계획은 철수 완료 때까지 극비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 작전이 공개적으로 알려질 경우 탈레반의 반응은 물론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공격 위험 우려 때문에 비밀에 부쳐졌다고 전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대피 작전이 본격화한 지난달 14일 이후 약 6000명의 미국 시민들을 포함해 미군에 협조한 아프간인 등 총 12만3000여명이 아프간에서 빠져 나왔다. 미 정부는 현재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은 100~2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30일 아프간 철군 종료 직후 낸 성명에서 탈레반이 아프간을 떠나길 원하는 이들에게 '안전한 통행'을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검문소에서 경비하던 탈레반 병사들이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