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델타 변이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더딘 백신 접종으로 'K방역'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연일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부딪히고 있다.
시대의 사회상을 거울처럼 비추는 서점가도 예외는 아니다. 'K방역'의 빛과 그림자를 각각 조명하는 책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의장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은 다음달 10일 신간 '승부사 문재인'을 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올해 4월까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저자가 우리나라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가까이서 지켜본 바를 풀어낸 책이다.
대구 신천지 사태 종식을 위해 펼친 대책 수립과 실행, 코로나 백신의 해외 수입과 국내 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대처, 국내 진단키트의 미국 제공, 전 국민 재난기원금 지급 등의 일화를 성과로 소개한다.
다만 정치권과 달리 의료계, 민간이 주도하는 'K방역 책' 온도차는 극명하다.
지난달 출간된 '코로나는 살아 있다'는 보건의료위원회 소속 의대 교수 19명이 펴낸 책이다. 저자들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백신 거지가 되고, 신규 확진자수가 여전히 수백명(출간 당시) 수준임에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오늘날의 현상을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라 일갈한다.
이들은 "초기 방역의 절대 원칙은 해외유입을 차단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 정권은 자신들에게 협조적인 관련 전공자를 내세워 명백한 과학적 원리를 무시해버렸다"고 비판한다.
책은 확진자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망자 수와 치명률이라는 점, 국민들의 인내를 지나치게 강요하거나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 점 등이 아쉽다고 지적한다.
이재호 한겨레 사회부 사건팀 기자가 집필한 '당신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는 서민의 삶으로 들어가 'K방역' 그늘을 들춘다.
돌봄노동자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노인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더 많은 집의 문을 대면해야 했던 배달노동자,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받아도 메시지를 읽을 수 없는 이주민, 더 빠르게 실업과 가족 돌봄 노동으로 내몰린 여성, 바이러스 자체보다도 더 무서운 사회적 낙인에 신음하는 감염환자들의 '얼굴'을 마주한다.
책을 낸 출판사는 서평에 "코로나 시대, 음지를 맴돌았던 사람들 다수에게 두려움의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들의 고단한 ‘삶’ 자체였다. 발달한 과학기술은 실시간으로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우리 앞에 감염환자 통계를 보여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의 민낯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적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정부는 방역의 성과를 알려야 하는 입장일테고 그 반대 주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해석과 주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책 한 권이 아니라 관련된 책들을 함께 탐독하며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독자들 몫으로 남고 있다"고 짚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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