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서초구에서 시작한 공동보육모델인 공유어린이집이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으로 서울 전역으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도보이용권에 있는 3~5개 국공립·민간·가정어린이집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보육모델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이 23일부터 8개 자치구에서 운영을 시작한다. 올해 8개 자치구에서 시행한 성과를 토대로 내년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은 오세훈 시장의 보육 공약사업으로 서초구의 공유어린이집을 발전시켜 보육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공동보육모델이다. 기존에는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은 예산이 많이 들어 확산 속도가 늦고, 수년째 입소대기를 해야하는 진풍경이 일상화됐다. 국공립과 민간·가정 어린이집 간의 불균형 문제도 커져갔다.
공유어린이집은 국공립·민간·가정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어린이집을 묶어 어린이집 간의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공동입소시스템을 구축한다. 서초구 서초4동의 시범사업 시행 이후 1년만에 입소대기아동이 100명 감소했으며, 전체 대기인원도 40% 줄었다. 여러 어린이집을 묶으니 한 곳이 개별단위로는 진행하기에 부담이 있던 공연 관람이나 숲 체험,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비용과 인력이 절감됐다.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은 원아를 공동 모집하고, 각 어린이집이 보유한 교재·교구를 공동 활용한다. 보육 프로그램과 현장학습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한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들을 함께 보육한다.
원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보육서비스 품질을 높여 굳이 멀리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이 아니더라도 가까운 서울형 공유어린이집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국공립어린이집에만 치우치는 입소 대기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인근 어린이집들이 서로의 우수 프로그램, 공간 등을 공유하고 교구를 공동구매해 비용은 절감하면서 영유아에게 다채로운 프로그램·체험 등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야간·휴일 공동 보육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상의 효율과 학부모들의 편의성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보육현장의 관심도 뜨겁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공개모집 결과, 당초 계획인 4개 구·40개 어린이집보다 2배 많은 8개 자치구, 97개 어린이집이 접수됐다. 서울시는 이런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계획보다 많은 8개 자치구, 14개 공동체, 58개 어린이집을 최종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어린이집에서는 원장협의체, 교사모임 구성을 완료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알찬 공유 프로그램을 기획해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한다.
양천구 신정2동에선 신정2동(국공립), 해바라기(국공립), 크는나무(민간), 햇님(가정) 등 4개 어린이집을 묶어 생태친화보육 숲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중랑구 신내동 새우개하나(국공립), 열린꿈(국공립), 신내데시앙(민간), 우주(가정) 등 4개 어린이집은 색깔놀이, 애착놀이, 몸으로 느끼는 함께놀이 등 연령별 특색 프로그램을 공유한다. 영등포구 양평2동 늘해랑(국공립), 양평2동(국공립), 반디(국공립), 한사랑(가정) 등 4개 어린이집은 아동이 주도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권역별 공동구매해 물품구매 단가를 낮춘다.
공유어린이집에서 시행할 공동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학부모가 직접 전통 옷과 음식을 소개 △아이들끼리 교실을 바꾸는 교실챌린지 △포도즙으로 염색하기 등 자연·실험·간식을 융합한 교육법 개발 △동화를 바탕으로 정서를 표현하고 신체·미술·음악을 연계하는 교육법 △보육교사가 각 어린이집을 참관하며 영역별 교구탐색 및 의견을 나누는 교차장 △수어 등 다양한 표현·소통방법 및 장애인식 개선 수업 노하우 공유 프로그램 등이 현장에서 먼저 제안됐다.
서울시는 공유 어린이집에서 제안한 프로그램이 실현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한다. 또 보육과정의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각 공동체별 교사모임에 서울시 가정양육·육아프로그램 전담 지원 기관인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를 연계해 보육과정 컨설팅 서비스도 해준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저출생, 코로나19 등으로 원아가 감소하는 문제에 개별 어린이집별로 대응하기보다 인근 어린이집과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타개해 나가는 새로운 전략”이라며 “보육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보육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현장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유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지내고 있다. 사진/영등포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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