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새나 기자]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실상 접종 의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의 여행과 실내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백신 패스' 제도가 대표적이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만큼 공공의 이익이 우선이냐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미국 CNBC방송은 미국인 802명을 대상으로 한 전미 경제여론조사 결과, ‘백신을 의무화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49%가 ‘그렇다’, 46%가 ‘아니다’라고 각각 답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찬성이 반대보다 3%포인트 많았지만 이번 여론조사 오차 범위(±3.5%포인트) 이내다. 이미 백신을 접종한 응답자는 63%가 의무화 조치를 지지했으나, 아직 접종하지 않은 응답자는 79%가 의무화에 반대했다.
CNBC는 "의무화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가장 압박이 심한 정치·경제적 논쟁거리"라며 "이번 여론조사는 정부 당국자와 정치인이 언제 어떻게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하느냐에 따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뉴욕시가 대도시 중 처음으로 백신 미접종자의 실내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하기로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제 사람들이 백신에 대해 완전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말 그대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터미널에서 한 승객이 코로나19 '그린 패스' QR코드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백신 미접종자의 입국까지 제한할 전망이다. AP·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만 입국이 가능하도록 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률이 높은 유럽에선 '백신 패스'를 도입했다. 프랑스에선 다중이용시설 입장 시 자신의 백신 접종을 증명하거나 PCR 음성 결과를 입증해야 한다. 독일은 지난 5월 방역규제가 완화된 이후 외식이나 호텔 이용 시 백신 접종 증명서를 필수로 지참해야 한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방역 규제를 두고 반대 여론 또한 만만치 않다.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는 백신 의무화 반대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유럽인들은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성향으로 억압과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백신 패스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말마다 파리를 포함한 주요도시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열고 있다. 시위대는 '자유'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유대인을 억압·학살한 히틀러에 묘사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지난 주말 정부의 방역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 독재'에 대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해당 국가의 당국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근 독일 국가윤리위원회의 경우 백신접종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에 대해 논의 끝에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상대적 이득을 주는 것이라면 괜찮다"고 결론낸 바 있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백신 여권'(백신접종증명서) 도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권새나 기자 inn137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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