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1981년 박정희 정권 당시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되던 ‘넝마주이’들이 강제 이주 당하며 생긴 재건마을. 이곳 주민들은 40년여간 양재천 일대에서 터를 잡고 살다가 2011년 화재로 인해 모든 터전을 잃고 현재 조립식 가건물에서 살고 있다. 정부가 2018년 개발 계획에 시동을 걸며 삶의 터전을 잃을 것을 우려, 이들은 평생을 살았던 보금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사회주택 등을 서울시에 건의하고 있다.<편집자주>
서울 강남 무허가 판자촌인 재건마을의 주택공급 사업이 3년째 지지부진하다. 2018년 9·21 대책 발표 당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이 부지에 신혼희망타운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르면 내년 연말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본 계획 수립도 안 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건마을 주택공급 계획은 방치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과 국토교통부는 2018년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9·21대책을 통해 재건마을에 신혼희망타운 300가구와 임대주택 60가구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0여년간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거주민들과 보상, 이주 문제를 놓고 갈등하며 3년 가까이 세부 공급 방안이 결정되지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1266번지에 위치한 재건마을에는 현재 60가구, 127명이 살고 있다. 거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1981년 사회·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 한 일명 '넝마주이'들이 공권력에 의해 강제로 이주해 살고 있는 곳이다. 2011년 6월 원인모를 화재로 마을 전체가 소실된 후 이들은 조립식 임시 주택을 지어 10년째 살고 있다.
9·21대책 발표 후 60가구, 127명의 재건마을 거주민들은 개발에 따른 원주민 이탈 현상(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주민협동조합을 만들고 공동체주택 건립을 서울시에 건의했다. 전체 3800여평의 부지 중 2500평에는 신혼희망타운과 임대주택을 짓고 남는 1300평에는 주민협동조합이 부지를 임차해 공동체주택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재건마을의 개발계획은 9·21대책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서울시는 2012년 재건마을을 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할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토지용도가 도서관 부지기 때문에 도서관을 건립해야한다는 강남구청의 반대와 거주민 이주 문제 등으로 한 차례 실패했다.
2018년 5월에도 서울시·강남구·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거주민 이주 대책과 개발 방식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강남구청은 거주민들이 시유지를 불법점유하고 있다고 판단, 오히려 토지변상금 부과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거주민들은 토지 임차료 및 건축비 재원 조달을 위해 사회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추가로 짓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시에서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새다. 개발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나, 인근 강남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측은 "재건마을 개발 계획의 자세한 윤곽은 아직"이라며 "인근 강남 주민들의 의견, 사업시행자인 SH공사 의견을 수렴 중이고 관련 법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협의 중인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무허가 판자촌인 재건마을에는 현재 60가구, 127명이 모여살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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