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비수도권도 5인 이상 집합금지다. 수도권은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이다. 지난 13일 전국 1614명, 서울 638명을 기록한 이후 다소 줄었다지만 아직 감소세를 논하기엔 갈 길이 멀다.
대유행이 한두 번도 아니고 확진자가 늘어난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다. 단순히 1차 책임을 말한다면 당연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제일 잘못이다.
그런데 왜 우린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고 분노하는가. 곧 백신을 맞아 마스크를 벗을 줄 알았고, 국내 여름휴가 정도는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미뤄뒀던 결혼도 하고, 4명이 넘어 못 만났던 친구와 지인들도, 1년이 지나도록 얼굴도 못 본 가족도 보고, 명절조차 서로 오지 말라고 손사래치던 고향도 머지않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로 생각하는 시점은 다를 순 있어도 분명 우리는 이 기나긴 코로나 시국의 여정이 반환점을 돌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7월부터 방역이 완화될 거라는 기대는 불과 하루 전날인 6월30일 오전까지 유효했다.
이미 통계로만 봐도 경고는 나왔다. 수도권의 감염재생산지수는 6월 들어 1을 넘나들었으며, 중대본에서도 6월15일 전국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별안간 6월30일 오후 갑자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전날 375명으로 올해 서울 확진자 최고치를 기록했던 이날, 이동진 당시 구청장협의회장 주도로 개최됐던 서울시-자치구 특별방역대책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유예를 결정했다.
혼란은 국민들의 몫이다. 단순히 모임 일정이나 여행 일정이 변경되는 지엽적인 것을 넘어 또다시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방역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을 용납한다 하더라도 이번엔 너무 거칠고 무례하다.
청와대부터 단체장까지 어느 누구도 당장의 방역 실패 책임을 벗을 수 없다. 우선 청와대와 질병청은 초기 1년여간의 양호한 평가를 무색케할 정도로 최근 일관적인 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
방역 완화는 방역 강화로, 백신 접종대상의 우선순위가 노인층에서 청년으로 한순간 바뀌었다. 백신의 도입시기, 속도, 종류부터 방역정책의 대응조치를 보면 커다란 흐름을 잡는다기보다 반발짝씩 늦거나 연속성이 약하게 느껴진다. 택시 탑승인원부터 야외 마스크, 헬스장 방역 강화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조치들이 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방역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진 않다. ‘정교한 대응’을 강조했던 그는 4월 취임 이후 초기엔 방역 완화 기조에 기반을 둔 서울형 상생방역과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추진했다. 단, 이들 조치는 대부분 정책 시기가 어긋나면서 4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제대로 된 정책효과를 평가받지도 못했다.
오 시장에게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시민들에게 상황에 맞는 신호를 주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시 부시장은 청와대·정부·여당을 비난하며 국민들에게 ‘방역 원팀’을 의심케 했다. 서울 최대 인구를 가진 구청장의 “시장이 현장에서 안 보인다”는 발언도 가슴 아프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책임을 비켜갈 순 없다. 경기도의 확진자수는 서울시의 추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이 지사를 자주 볼 수 있는 뉴스는 당내 경선이었다. 당내 경선이 결국 연기됐다지만, 경기도의 독창적인 방역조치보다 당내 경선에서의 자극적인 발언이 기억에 남는 현실이 씁쓸하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지금 국민들에게 필요한 건 사실공방으로 서로 책임을 미룰 지도자가 아니다. 당장 두세 달 방역실패가 최종 방역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차라리 사과할 건 사과하고 지금부터 인적·물적 쇄신으로 이 더운 여름에 조금이나마 시원한 방역 소식을 들려주는 것이 낫다. 책임 소재만 다투기엔 지금은 사치인 때다.
박용준 공동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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