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방한 기간 동안 북한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를 거듭 제안했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랭했다. 미국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 대북 유인책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미 간 교착상태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 김 대표는 23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출국했다. 김 대표는 4박5일간의 방한 기간 동안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했지만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를 통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다시 미국 쪽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보내려 한 신호는 더욱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으라는 것으로 읽힌다. 공을 다시 미국 쪽으로 보낸 셈이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김여정 부부장의 비판 담화에도 "외교에 대한 우리의 관점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핵프로그램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 원칙있는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계속돼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계속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대북) 정책은 적대가 아닌 해결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대화의 공'을 돌리면서 당분간 기싸움 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대화에 나설 명분 부족'으로 미국에 구체적이고 진전된 제안을 내놓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북한은 대화에 나설 명분으로 미국에 대북제재 완화, 한미연합훈련 취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성 김 대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도 북미 간 입장이 치열하기 때문에 양측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북미가) 당분간 샅바 싸움 벌일 것"이라며 "북한은 말로는 (미국을) 안 믿겠다는 것이고 (미국이) 눈에 보이는, 손에 잡히는 선물 보따리를 내놓으면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다만 방향은 (북미가) 대화쪽으로 가보자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성 김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지만 새로운 메시지를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다"며 "북한은 지금 중국과의 교류 부분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북중 간에 기념할 만한 행사들이 많아서 당분간 북한이 미국 보다는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북미 대화는 차후에 필요하면 고려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북미 간에 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현 교수는 "한미연합훈련 부분은 북한 입장에서 대북적대시 정책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한미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자카르타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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