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미국 백악관이 '흥미로운 신호'로 평가한 것에 대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화를 재개할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의 메시지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화와 대결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발언을 두고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식의 해석이 나오자 김 부부장이 전면에 나서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7일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와 관련해 "흥미로운 신호"라며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연락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의 담화문이 아주 짧다는 점에서 가벼운 수준의 반발로 평가했다. 북한이 여전히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담화문은 전날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쪽이 좀 더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차원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조건없는 대화제의를 곧장 거부한 것이 아니라 성 김 대표가 한국체류중임을 감안해 북한이 대화에 나올수 있도록 진정성이 있고 보다 구체적인 명분을 달라는 메시지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간단한 담화로써 전반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겠다고 방침을 정했으면 구구절절 비난했을 것이다. 대화 거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이 북미 대화에 나설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당분간 중국과의 교류 협력에 중점을 두면서 미국과의 대화를 점차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대화와 대결 모두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까 북한은 이제부터 북미 대화 준비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은 현재 중국과 먼저 교류협력을 재개하고 그다음에 필요하면 미국과의 협상을 고려하겠다는 '선중후미'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외교 당국은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 했다.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는 "미국 고위 인사 발언에 대한 입장으로, 우리 정부가 논평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고 외교부도 "구체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미국 백악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미 메시지와 관련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잘못된 기대"라고 비판했다. 사진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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