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경기 이천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경보음이 작동했는데도 오작동이라며 화재를 처음 목격한 직원의 신고 요청을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17일 근무 중이었던 A씨는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덕평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을 올렸다.
A씨는 자신을 언론에서 말하는 ‘최초 신고자보다도 10분 더 빨리 화재 발견한 노동자’라고 소개했다.
A씨는 “1층에서 근무를 했는데, 16일 오전 5시 10분∼15분경 때쯤부터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하던 일을 멈출 수 없었다”며 “잦은 화재 경보 오작동으로 다른 날과 같이 화재 경보가 오작동이라고 인식했다”고 했다.
그는 “5시 26분쯤 퇴근하던 도중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쪽 가득 찬 연기와 아래로부터 솟아오르는 연기를 목격하고, 화재 경보로 센터 셔터가 차단되고 있는 것 또한 목격했다”고 했다.
A씨는 "심야조 동료와 진짜 불이 난 것 같다고 입구까지 달리기로 시작했는데, 허브 쪽을 보니 아직도 많은 분들이 화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들을 향해 '불 오작동 아닙니다. 진짜 불났어요'라고 몇 번을 외쳤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나간 동료들이 화재 제보나 조치를 해줄 거로 생각해 해당 층 입구 검색대 보안요원이라면 제가 핸드폰을 가지러 가는 것보다 더 빠른 조치가 가능할 수 있어 화제 제보와 조치 요청을 드렸다"고 전했다.
A씨는 "정말 무슨 사람을 미친 사람 쳐다 보듯 하며 듣는 척도 안 해서 다른 관계자를 찾다가 지하 2층에서 다른 분께 상황을 알려고 조치 요청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엄청 크게 웃으며 '원래 오작동이 잦아서 불났다고 하면 양치기 소년 돼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16일 화재 당일부터 19일 소방대장님의 참사 소식을 듣기 전까지 저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했다"면서 "관계자들을 믿고 화재 제보와 조치 요청을 하려던 그 시간에 차라리 핸드폰을 찾으러 가서 전원을 켜고 신고를 했다면 초기진압돼 무사히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덕팡 쿠팡 물류센터는 이미 3년 전 담뱃불로 인한 화재 사고가 있었다"며 "한번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것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평소에도 정전 등 크고 잦은 화재경보 오작동 외에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은 없었다"면서 "오작동이 많다며 꺼둔 스프링클러는 화재 당일에도 대피 방송이 아닌 노동자들 스스로 모두 빠져나올 때까지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3년 사이 두 번째 겪는 화재였음에도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허술했고, 변화 없는 심각한 안전불감증까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사고가 돼버렸다"고 했다.
A씨는 "이번 사고로 사고의 정확한 책임 규명과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이번만큼은 대책만 세울 것이 아니라 이를 꼭 실행시켜 개선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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