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이전부터 매매거래가 뜸했다. 실평수 10평짜리 빌라가 13억원씩 하는데 누가 사려고 하나. 투자자들 유입은 거의 끝났다고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성수전략정비구역 중 2지구가 최근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4개 재개발 지구가 모두 건축심의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 재개발 사업에 진전이 생겼지만 14일 기자가 찾은 성동구 성수 재개발 구역의 부동산 시장은 의외로 잠잠한 분위기였다. 통상적으로 재개발 사업 단계가 진전되면 일대 매물 가격이 들썩이거나 투자 문의가 빗발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은 전화문의도 뜸한 상태였다.
이유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가격 급등, 다주택자 세금 강화, 집주인 의무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겹겹이 산적한 규제 때문이다. 조합 설립 이전에 투자자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영향도 크다.
성수3구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 가격이 15억원이 넘어가면 대출이 일절 안 되기 때문에 현금부자들만 매매를 할 수 있는데 그들이 여기 있는 빌라에 거주를 하려고 하겠나”며 “투자를 하더라도 실거주 의무 때문에 주소만 옮기고 빈집으로 놔둘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던진 상황에서 언제 완료될지도 모르는 재개발 지역에 급히 투자를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 조합원 자격을 가진 투자자가 진입할 수 있는 시간은 3개월 남짓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조합원 지위 취득을 규제하는 법이 오는 9월부터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현장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지자체가 기준일을 정한 날부터 매매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조합원 지위 제한은 정비구역 지정 단계 이후 관리처분인가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했지만 일찍이 투자자의 진입을 막겠다는 뜻이다.
오 시장 취임으로 35층 룰이 깨지고 50층으로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크지 않은 분위기였다. 정확한 가구 수, 층수 등 건축계획이 확정되는 건축심의를 통과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 시장의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성수2구역 조합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지만 35층이든 50층이든 아무것도 예상되는 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4개의 재개발 지구로 구성된 성수전략정비구역은 2009년 오 시장 재임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선정된 곳이다. 기부채납 조건을 지키면 50층까지 아파트 건립이 가능했는데 2014년 박원순 전 시장 취임 후 2030 서울플랜으로 인해 35층으로 제한됐다. 당시 성수와 함께 한강 르네상스로 지목됐던 여의도·합정·이촌·압구정은 박 전 시장 시절 모두 전략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14일 기자가 찾은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아파트와 저층주거지가 혼재된 모습이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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