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바로 앞에서 셔틀버스 타면 학교까지 5분이면 가요. 싼 방 찾아 대학동 언덕까지 안 올라가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살아서 좋죠. 이정도 원룸 구하려면 2배 가까이 줘야 될 거에요.”
사회주택 사업자 어울리가 운영하는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에 지난 2월 입주한 이재현(22·남)씨는 대구에서 올라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다니고 있다.
그전까진 계속 기숙사에서 지냈다. 서울대 기숙사는 제약이 없는 편이라 통금도 없고 자유롭지만, 2인실에다 지은 지 오래돼 건물이 낡아 벌레도 많이 나왔다. 경쟁률이 치열해 매년 탈락 걱정을 해야 해 ‘사는 집’이라는 느낌은 안 들고 단지 임시거주지로 다가왔다.
이씨는 “기숙사에선 대부분 주소를 안 옮기더라고요. 저도 앞으로 관악구에 계속 거주하면서 지역활동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집을 알아봤죠. 원룸이 너무 비싸서 걱정하던 차에 마침 어울리의 김수정 대표랑도 연이 있었고 사회주택에도 관심이 있어 지금 집에 들어가게 됐어요. 쫓겨날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서 주소도 옮겼어요”라고 말했다.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 입주자 이재현씨가 공유공간에서 집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이씨는 새로 들어온 집에 대해 “굉장히 좋다”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우선 가격도 관리비를 더해도 30만원 수준으로 비슷한 조건의 원룸을 알아보려면 1.5~2배 가량 더 줘야 한다. 아직 수입이 불규칙한 대학생들에게 월 임대료는 굉장한 우선순위를 갖고 있다.
입지도 빼놓을 수 없다. 도림천 대로에 위치해 신림역, 서울대입구역 등으로 이동하기 편하다. 무엇보다 재학 중인 서울대와 거리가 가까워 정문까지 1km 남짓으로, 안에 있는 학생회관까지 이동해도 차로 5분이면 충분하다. 가격이 싼 곳을 찾아 대학동 언덕으로 올라갔으면 상상도 못할 입지조건이다.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 옥상에서 바라본 일대 전경. 사진/어울리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은 기존 고시원을 리모델링한 서울시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이다. 이전까진 한 층에 방이 20개씩 있었고, 그 중 10개 방은 창문조차 없는 ‘먹방’이었다. 그야말로 ‘지옥고’의 본보기나 다름없을 정도다. 수많은 좁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고시원에서 청년들의 안전이나 삶의 질이 제대로 보장받기 어려웠다.
어울리가 리모델링한 후 쉐어하우스로 운영하는 현재는 한 층에 방이 6개로 줄었다. 방 크기는 7.14~7.88㎡로 널찍하진 않아도 침대, 수납장, 책상, 옷장, 에어컨, 수납박스 등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다 갖췄다. 특히, 공유공간의 크기는 층별로 62.28㎡로 어느 쉐어하우스 부럽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19로 대학가 공실률이 높은 요즘, 신림2호점은 진작 입주율 100%를 달성했다.
이씨는 “리모델링 잘 돼서 화장실, 부엌 같은 공용공간이 설비가 잘 돼있고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방 자체는 엄청 넓진 않아도 공유공간이 많은 역할을 해 개인공간이 충분하다. 주택의 품질도 굉장히 괜찮아 시설이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고 어울리와 소통이 잘 돼 문제 생기면 바로바로 소통해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 공용공간 모습. 사진/어울리
가장 큰 아쉬움은 쉐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인 커뮤니티 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해 아직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가 완료된 지난 3월부터 입주자 총회를 하려 했으나 날짜를 잡을 때마다 자가격리자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수차례 연기됐다.
불과 1년여 전에 만들어진 에어스페이스 신림1호점의 경우 작년 9월에 입주자 총회를 거쳐 입주자자치위원회를 구성했다. 입주자자치위원회는 어울리와 월 1회 만나 운영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층별로는 커뮤니티 활동비도 지원돼 새 입주자 환영회나 생일파티, 영화 모임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씨는 “같은 층 사람들만 알음알음 알아가고 있다. 쉐어하우스의 장점인데 그게 아쉽다. 입주자끼리 주기적으로 모일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같이 얘기할 수 있고 식사를 해도 좋다. 같은 학교 다니는 분이 있으면 서로 얘기를 공유하며 고민도 상담하고 얘깃거리가 늘어날 것 같다. 취미가 영화라 친해지면 같이 영화를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친구들은 여전히 싼 방을 찾아 언덕을 넘고 있고, 그나마 싼 방은 위생적으로 좋지 않다. 아니면 오피스텔에 살며 많은 주거비를 감당해야 한다. 이씨는 에어스페이스 같은 사회주택이 서울, 그중에서도 청년들이 많이 사는 관악구에 더 있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씨는 “양적으로 늘리는 것도 중요한데 입지나 교통, 살만한 조건도 중요하다. 단순하게 너무 작은 형태로 공급을 해서 불안정한 주거만을 제공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관악구에 사회주택이 많지 않은데 싸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주체가 운영하는 어울리 같은 케이스가 관악에 여럿 있으면 친구들한테도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스페이스 신림2호점 거주공간 내부 모습. 사진/어울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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