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진열된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지난해 역대급 호황을 누리던 라면 시장이 올해는 예상과 달리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라면 시장 부진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1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라면업체 3사의 표정이 더욱 우울해질 전망이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528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시점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봐도 5% 감소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라면 업체 실적도 부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004370)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줄어든 634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5.5% 감소한 283억원으로 나타났다.
오뚜기(007310)의 경우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67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 오른 수준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12.2% 줄어든 50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양식품(003230)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감소한 14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6.1% 빠진 144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올해 1분기 주요 라면 3사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배경은 국내 라면 수요 기저효과와 원부자재 값 인상 탓이다.
지난해 1분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비상식량으로 꼽히는 라면을 두고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 수요량이 급증했다. 하지만 사재기 현상이 줄어들고 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로 인해 간편식이 판매 호조를 이어가면서 영향을 준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소맥분,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른 것도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 실제로 농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 소맥 선물 가격은 1톤 당 238달러로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팜유 현물가격은 1톤당 980 달러로 전년 대비 56% 올랐다.
특히 라면 시장 부진과 원부자재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업체의 라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심은 2016년 이후로 신라면 가격을 동결하고 있고 삼양식품도 2017년 이후 삼양라면 가격을 올린 적이 없다. 앞서 오뚜기는 올해 초 13년 만에 라면 가격을 평균 9% 가량 올리려고 시도했으나 소비자 반발에 철회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라면 시장 부진이 올해 하반기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한편 2분기부터 급격하게 오른 원가 부담이 업체들의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국내 라면 시장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1분기에 이어 2분기, 3분기까지도 국내 라면 시장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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