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생산 차질로 인해 신차 출고 대기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에어백 컨트롤 관련 반도체 재고 부족으로 이달 18일과 20일 아반떼와 베뉴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 17~18일에는 투싼과 넥쏘를 생산하는 울산5공장 2라인을 휴업했다.
기아(000270)는 17일과 18일 소하2공장 가동을 멈췄다. 기아는 이달 특근도 취소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2월부터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현상이 지속되자 지난달 26일부터 부평1공장, 이달부터는 창원공장도 절반만 가동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 소하리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업계에서 우려했던 5월 반도체 보릿고개 현상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4월까지는 기존에 쌓아뒀던 재고로 버틸 수 있었지만 5월은 반도체 수급에 있어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외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 CEO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올해 닛산의 자동차 생산이 50만대 정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지프는 미국 일리노이주 벨비디어의 공장 직원 중 16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폭스바겐도 2분기에는 대규모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컨설팅 업체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가 39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급난은 연말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공급부족 사태는 빨라도 올해 4분기 이후 해소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신규 인프라 증설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더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아이오닉5 등 신차 출고도 지연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반도체 부품 부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지면서 신차 출고 대기기간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고객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005380), 기아는 인기 차종 중심으로 반도체 재고를 투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난달 19일 출시됐지만 첫 달 출고 물량은 114대에 불과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계약 고객 대상으로 일부 옵션을 제외하면 2개월 내 출고가 가능하지만 디지털 사이드 미러 옵션을 선택할 경우 7월 이후로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또한 아반떼는 평소 2~3주면 차량 인도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10~11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스타리아는 최소 6주 이상 대기해야 하며 일부 트림이나 옵션을 적용하면 3개월 이상으로 늘어난다. 기아 K8도 가솔린 2.5는 4개월, 하이브리드는 4~5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3.5 가솔린 모델에 AWD 옵션을 포함하면 연내 출고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반도체 부족 현상은 올해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업체들은 비싼 가격에 반도체 부품을 구매하거나 고객에게 마이너스 옵션을 제시해 반도체 수급 관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확보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