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장원 기자] 중진의 '안정'이냐, 초선의 '패기'냐.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초선들이 '혁신'을 내걸며 '안정'을 강조하는 중진 후보들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초선들의 당권 도전 배경에 '도로 한국당' 회귀에 대한 대안이 없는 현실이 있다고 지적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현재까지 10명이다. 중진의 지도부급 당권 주자로 5선의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조경태 의원, 4선의 홍문표, 3선의 윤영석, 조해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했다.
원외로는 수도권 4선 출신 신상진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인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사실상 출마를 확정 지은 상태다.
이에 맞서는 초선 의원으로는 김웅, 김은혜 의원이 있다. 원외 인사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고, 여기에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본회의 연설로 화제가 됐던 윤희숙 의원도 출마를 막판까지 고심 중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선들의 출사표에는 공통적으로 당의 '변화'와 '외연 확장'이 핵심 키워드로 들어있다.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김웅 의원은 '당의 불가역적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당의 변화는 당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인물만이 새 시대의 희망을 담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 리더십만이 낡은 규범을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떠나게 할 수 있다"라며 "국민의 명령을 따르는 길은 바로 이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노동자가 철판에 깔려 죽은 현장이고, 임대 전단지가 날리는 빈 상가이며, 삼각김밥으로 한 끼 때우고 콜을 기다리는 편의점"이라며 "우리는 가장 낮은 곳의 아픔을 공감해야 한다"라며 외연확장에 힘을 실었다.
김은혜 의원 역시 출마선언문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역설했다. 김 의원은 "그 첫걸음은 리더십의 파격적인 교체"라며 "변화와 혁신을 말하면서 정작 지도부에 변화와 혁신이 없다면 국민의 기대와 관심은 국민의힘에서 완전히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21세기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경제와 복지 문제에 더해 주거?환경?노동?젠더 등 사회경제 문제 전반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내놓고 실력 대 실력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걸겠다"라고 밝혔다.
초반 판세는 초선들의 돌직구가 먹히며 중진들에 밀리지 않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11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전 최고위원이 13.1%의 지지를 얻으며, 15.9%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김웅 의원도 6.1%로 7.5%의 주 전 원내대표의 뒤를 바싹 추격하고 있다. 홍문표 의원은 5.5%, 조경태 의원 2.5%, 권영세 의원 2.2%, 윤영석·조해진 의원 2.1%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이 여론조사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양강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초선들의 약진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초선들의 당 대표 도전 배경으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 평론가는 "국민의힘은 현재 지난 21대 총선 이전으로 돌아간 상황"이라며 "당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초선이라도 나와서 바꿔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당내 일각이나 일반 국민 속에 TK·PK 중진급 인사들이 당 대표가 되면 안 된다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라며 "PK 원내대표, TK 당 대표가 되면 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의 대안이 없다 보니까 초선들이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런 분위기도 초선들이 싸워서 얻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라고 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새로운 정치나 세대교체를 위한 건설적인 움직임은 아니라고 혹평했다.
박 교수는 "친이, 친박과 같은 거대 계파가 없어진 각자도생의 상황에서 분열적이고, 정당의 체계적인 모습이 잘 안 보인다"라며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져 바람직하다고 평가할만한 요소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다만 "지금처럼 초선과 중진, 영남과 비영남 등이 서로 부딪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질서가 잡히면 좋은 것"이라며 "이번 당 대표 전당대회는 완결형이 아니라 야권 보수 통합의 과정이자 또 하나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김웅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움직이는 캠프' 출범식 갖고 캠프 내 업무공간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문장원 기자 moon334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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