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미중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만 TSMC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생존을 위해 미국 편에 섰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아직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자칫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무리하게 투자를 단행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6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13조원)를 투입해 짓는 5나노미터(nm)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당초 1개에서 6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TSMS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후 앞으로 3년간 설비 투자에 1000억달러(112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간 반도체 패권전쟁이 본격화하자, TSMC는 미국을 향해 우호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모습이다. 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다. 대만은 미중간 갈등에 따른 긴장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전에도 미중 갈등으로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은 존재했으나 최근 들어 그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다. 대만해협을 두고 양측이 서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무력시위 활동도 꾸준히 전개한다. 이같은 상황을 증명하듯 영국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상충하는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미중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만 TSMC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생존을 위해 미국 편에 섰다. 사진/TSMC
물론 TSMC가 미국에만 설비를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TSMC는 지난달 중국 난징에 28억8700만달러를 투자해 28나노 차량용 반도체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저수익 사업이다. 중국과 미국에 추진하는 투자 규모도 격차가 크다. 이를 두고 업계는 TSMC가 정치적 이유로 중국에 '보여주기식' 투자를 단행했다는 의견이 많다.
TSMC가 중국의 편에 설 경우 미국으로부터 설비 및 기술의 공급을 제한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의 편에 서면, 중국이 보복할지 언정 미국내 공장은 지킬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TSMC는 더이상의 기술 발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며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중국의 보복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 전략이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장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각각 54%, 17%인데, 삼성전자가 제때 설비확충을 못하면 양사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미국 투자를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박이 나온다. 대만은 미중간 정치적, 군사적 문제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반면 한 발짝 떨어져 있는 한국 기업은 성급하게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것에 비해 시장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삼성전자는 평택에 D램,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 등을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최신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P1(제1공장)은 2017년 완공했다. P2의 D램 라인은 지난해부터 가동했으며 연내에 낸드 및 파운드리 라인에서 제품 양산을 본격화한다.
여기에 투자를 앞둔 P3는 연면적만 70만㎡(21만평)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P3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나 넓은 면적을 고려하면 각각 30조원이 투입된 P1, P2 공장보다 더 많이 투자할 것으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데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세워야 하는냐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이대로 가면 TSMC가 미국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체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 반드시 점유율 하락이 이익 감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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