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국회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결정에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원자력 안전 관련 컨트롤 타워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일본이 방출할 오염수의 안정성·문제점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나 입장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엄재식 원안위원장에게 "일본이 원전 오염수 방류를 2018년 10월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며 "2년 반이나 지났는데 우리는 뭘 하다 엇박자 반응을 보이냐"고 질타했다.
정 의원을 비롯한 과방위 의원들은 원안위와 정부부처 합동 TF가 지난해 10월 제출한 '후쿠시마 원정 오염수 관련 현황보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동 TF는 7차례 전문가 간담회를 거친 결과, 일본이 해양 방출할 원전 오염수를 '국내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고서에 대해 엄 위원장이 "(보고서가)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입장 결정은 아니다"고 하자 의원들은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일본이 절차와 국제 기준만 준수하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데 별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아직 관련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입장도 정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원안위에서 검토해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국민들에게 공식 발표해야 한다"며 "비공식적인 접근은 국민들을 헷갈리고 불안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도 "정부에서 7차례나 회의해 전문가 의견을 듣고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게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납득이 힘들다"며 "전문가 의견을 실컷 듣고 판단이 안 된다고 하면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나"고 질책했다.
의원들의 비난에 원안위는 보고서 내용은 전문가의 의견이며, 현 상황에서 일본이 방출할 오염수의 영향을 정확히 알기 힘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엄 위원장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안전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의 오염수는 당연히 안전하지 않지만, 이것이 희석·확산됐을 때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는 문구가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며 "일본 정부가 객관적 검증 과정, 처리 과정을 거쳐서 실제 방출을 한다고 했을 때 미치는 피폭량을 얼마나 가늠할 수 있냐는 설명이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엄재식 원안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이에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방출 오염수가 우리가 원하는 형태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주변에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과방위 의원들은 소극적이고 불분명한 원안위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선수로 잘 뛰어달라고 했는데 원안위가 해설가 역할만 한다"고 비난했다. 한 의원은 이어 "중요한 것은 한일 중간 수역에서 방사능 수치를 검사하는 지역이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면 얼마나 필요한지 점검해서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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