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더이상 내려갈 바닥도 없습니다. 이젠 버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새 상인들을 유치해 요즘 시대에 맞게 상권을 새로 만들 상황입니다.”(맹기훈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장)
서울 대표 상권 중 하나인 이태원이 코로나19 이후 빈사 위기에 빠지면서 상인과 건물주 등이 모여 이태원 상권의 부활을 모색하는 ‘이태원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서울 용산구는 상인, 건물주, 전문가,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이태원 상권 활성화 추진단을 구성하고 13일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야외무대에서 이태원 상권 살리기 결의대회를 가졌다.
성장현 용산구청장과 이태원 상인, 건물주들이 13일 해밀톤호텔 옆 야외무대에서 이태원 상권 살리기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작년 5월 경기도 용인시 거주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다녀간 후 ‘이태원 집단감염’으로 알려지면서 유동인구가 끊기자, 비싼 임대료를 감당 못한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나 공실률이 30.3%까지 늘었다.
결의대회에 모인 건물주들은 앞서 이태원 상권이 번창하던 시절 과도한 임대료 인상과 권리금 뻥튀기 등의 거품이 이번 침체의 한 원인이라고 자평하며 고통 분담에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용산구는 용산형 착한 임대인 지원으로 상생협약 참여 건물주 55명에게 100만원 상당 서울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현금 지원을 추가할 예정이다. 임차인 시설개선·창업비용도 함께 지원한다.
이범우 이태원 건물주협의회 회장은 “상인이 없으면 건물도 없다”며 “공실이 많은데 임대료까지 내리면 어떡하냐지만, 저부터 작년 4월부터 임대료를 50% 낮추며 고통을 덜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상권의 한 축으로 대표되는 클럽이 연이은 집합금지 대상으로 되자 클럽은 물론 연계되는 인근 상인까지 함께 부진하는 모습이다. 침체 장기화로 공실이 느니 거리 전체의 활력이 떨어져 기존 상인들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는 악순환이다.
유재혁 클럽 펌킨 대표는 “매출이 평일 5만원, 주말 100만원밖에 안 될 정도로 더 떨어질 데가 없을 정도로 임대료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남아있는 상인들이라도 버틸 수 있도록 긴급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용산구가 484억원을 투입하는 이태원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집합금지·제한업종 지원, 소상공인 무이자 융자 등으로 기존 상인들이 버틸 체력을 갖추는데 가장 많은 금액을 할애했다.
침체된 상권이 다시 살려면 공실이 발생한 빈 자리에 신규 상인의 유입으로 다른 상권들과의 차별화와 신규 관광객 유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윤현진 디엠지 사장은 “이태원에서만 40년 장사했는데 예전엔 이태원에서만 노랑머리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다른 관광특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차별화가 안 된다”며 “오프라인이 힘든 상황에서 온라인 홍보로 상인들을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실을 활용한 스타샵은 건물주들과 협약을 체결해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도록 해 우수 임차인을 유치한다. 상반기 중 20명 내외의 임차인을 모집하며, 전문가들이 컨설팅과 입주·운영을 도와 능력있고 상인들이 이태원 상권의 새로운 개성을 더하도록 유도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바로 옆 한남동 카페거리는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이태원은 공동묘지처럼 사람 하나 없다”며 “구청장과 용산구가 갖고 있는 행정·재정적 뒷바라지를 다해 이태원의 희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13일 이태원 상인, 건물주와 함께 세계음식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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